지난 7월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됐습니다. 전국 공공기관 332곳에서 전면 시행했고, 지방공기업 149곳에서는 8월부터 확대해 9월이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갑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스펙, 신체조건, 학벌을 없애고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바탕으로 실력 위주 평가를 하자는 겁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새 정부의 주요 추진사항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채용과정에 편견이 개입되거나 불합리한 차별을 일으킬 수 있는 항목을 없애고 실력(직무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민간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현대차·롯데 등 주요그룹 20곳에서 지원서에 학점·어학성적 항목 등 일부를 삭제하거나 줄였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사지원서에 인적사항 요구 금지 ▲블라인드 면접시행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항목별로는, 입사지원서에서는 우선 인적사항을 지원자를 식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구성하게 했습니다.
또한 교육사항은 학교와 그 외 기관에서 이수한 과목내용을 기입하게 했으며, 자격·경력사항은 직무와 관련있는 것만 명시해야 합니다.
다만, 신체조건·학력 가운데 직무수행에 꼭 필요한 것은 예외적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특수경비직 채용 시 시력과 건강한 신체, 연구직 채용 시 논문과 학위 등입니다.
최종학교명도 없애고, 지역인재 채용을 위해 최종학교 소재지를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없애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응시자 전원이 서류전형 없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요구하게 했습니다. 대리시험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블라인드 면접도 시행됩니다. 기껏 입사지원서의 인적사항을 없애놓고, 면접에서 면접권이 은근슬쩍 질문하면 실효성이 없어지겠죠.
면접관은 응시자에게 출신지역·가족관계·학력 등 인적사항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응시자 역시 면접관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서도 안 됩니다.
아울러 면접관이 차별적 소지가 있는 질문을 하거나 응시자가 개인신상과 관련된 발언을 해도 안 됩니다. 친·인척 중 고위직이 있다든가 하는 내용입니다.
채용공고도 바뀌었습니다. 과거 행정직 OO명, 기술직 OO에서 현재는 모집분야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에 대한 설명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필기시험에도 변경점이 있는데요. 과거에는 포괄적인 지식을 평가했다면, 새로 도입된 채용에서는 업무상황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 등 직무능력을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필기시험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NCS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직무능력(지식·기술·태도)을 정리한 기준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필기시험과 면접 등 전반적인 채용과정에서 NCS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준비와 자기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블라인드 채용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기업·중소기업 인사담당자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블라인드 채용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20% 정도였는데요. ‘인재채용 기준이 모호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방향대로 가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블라인드 채용과 일반 채용을 병행하는 곳도 많을 것으로 예측돼 구직자들의 취업준비 부담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