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2019년 12월 16일 오후 5시 30분. 경남 진주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이른바 ‘칼치기’ 차량 때문에 버스가 급정거했다.
이 사고로 버스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 당시, 미처 자리에 앉지 못했던 여고생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버스 운전석까지 미끄러질 정도로 충격이 심각했다.
사고 직후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지 마비’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막내딸.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학생. 어린 나이에 꿈이 많았던 소녀.
피해 학생 A양의 인생은 이 사고로 한순간에 뒤바뀌고 말았다.
A양은 사지가 마비돼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1년이 지나도록 A양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고통과 외롭게 싸우고 있었다.
유독 길었던 지난 여름의 장마. 병실에만 누워 있었던 A양은 비가 오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A양의 작은 언니는 MBC ‘엠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병원을 옮기면서 구급차를 타고 밖을 나갔는데, 그때 처음 비 내리는 걸 봤어요. 동생이…”
“자기는 비 온 거 처음 본다고 얘길 했죠”
“이번 여름 장마가 그렇게 길었는데… 처음 봤죠”
사고 이후, 피해 가족과 가해자는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 측은 가해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심지어 가해자는 죄책감 없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그 뻔뻔함이 피해자와 가족을 무너뜨리고 있다.
A양의 큰 언니는 “(가해자가) 지금까지 병문안 한 번 온 적이 없었다. 법원의 선고 전에 전화가 왔는데, ‘합의해달라’는 말만 하더라. 그게 다였다”고 전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A양의 가족들은 “그래도…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분노하진 않았을 것 같다. 피해자는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못하는데… 가해자는 자기 두 손으로 밥 먹고, 걸어 다니고, 따뜻한 데서 자고 그랬을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오는 12월 17일, 항소심이 열린다. 가해자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A양의 가족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가해자의 사과, 그리고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을 올렸다.
“진주 여고생 사지마비 교통사고, 사과 없는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해당 청원은 현재 약 8만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