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인 줄 알고 40년 넘게 딸을 키운 부모에게 산부인과 병원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A씨 가족이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남편 A씨와 아내 B씨, 이들이 키운 딸 C씨 세 사람에게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980년 수원에 있는 산부인과 의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A씨 부부는 당시 병원 간호사로부터 신생아였던 C씨를 인도받았다. 이후 A씨 부부는 C씨를 친자식으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러나 C씨의 혈액형은 A씨 부부에게서는 태어날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A씨 부부는 이로 인해 불화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A씨 부부와 딸 C씨는 모두 유전자 검사를 진행, 결국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산부인과에서 친자식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A씨 부부는 당시 출산했던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병원에서는 과거 의무기록을 폐기했다고 했다. A씨 부부의 실제 친자식이 누구인지, 반대로 C씨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길이 요원해진 것.
이에 A씨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와 뒤바뀌는 일은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만큼 A씨 부부가 출산한 친자식은 산부인과에서 다른 신생아였던 C씨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0년 넘도록 서로 친부모, 친생자로 알고 지내 온 원고들이 생물학적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알게 돼 받게 될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피고 측의 전적인 과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