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된 지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생존해 귀환한 봉화 광산 생환자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았던 걸까. 이들은 살기 위해 고립된 지하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지난달 26일 경북 봉화 광산 사고. 수직 갱도가 매몰돼 지하 190미터에 2명이 고립됐다.
작업반장인 고참 62세 박정하 씨, 해당 광산에서 일을 시작한 지 4일밖에 안 된 신참 56세 박모 씨였다.
베테랑 작업반장 정하 씨는 사고 즉시 함께 고립된 신참 박모 씨와 함께 다닐 수 있는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모든 곳마다 암석들로 꽉 막혀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에 이들은 괭이를 들고 이틀에 걸쳐 눈에 보이는 암석을 10미터 정도 팠으나 이 역시 뚫릴 기미가 없었다.
이에 갱도 내에 있던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발파도 시도해봤다. 그러나 화약 20여 개로는 암석 일부만 툭 떨어져 나갈 뿐이었다.
두 사람은 낙심하지 않았다. 뭘 해보든지 해보면 길은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작업반장인 정하 씨가 이끌면 후임 박모 씨가 도왔다.
“여기서 우리가 살려면 이제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한 마음 한 뜻으로 출구를 찾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암벽등반도 시도했다. 하지만 토사가 계속 쏟아져 내리면서 실패했다.
수많은 탈출 시도가 실패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갇힌 공간에서 살아남아 구조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정하 씨와 박모 씨는 갱도 안에 있던 비닐과 나무를 주워 천막을 만들었다. 패널을 바닥에 깔고 서로 어깨를 기대며 온기를 나눴다.
모닥불도 피웠다. 체온 유지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연기를 올려서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매몰 사고 당시, 정하 씨와 박모 씨는 커피 믹스 30봉지와 물 10리터를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커피믹스를 조금씩 나눠 밥처럼 먹었다. 가져온 물이 떨어지자 암벽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를 받아 마셨다.
밖에서 들리는 발파 소리 하나로 “밖에서도 우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텼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기에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기적적으로 구조가 이뤄진 지난 4일 밤, 안타깝게도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황이었다. 커피믹스도 진작 동난 뒤였다.
설상가상으로 가지고 있던 랜턴의 배터리가 다 닳아갔다. 깜빡깜빡, 빛이 사라지면서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불안감은 점점 뚜렷해졌다.
작업반장 정하 씨는 이때까지 힘든 걸 전혀 내색하지 않았었다. 신참 박모 씨가 불안해할까 봐서였다.
이날 처음으로 정하 씨는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말을 꺼냈고, 두 사람은 이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때였다. 암흑 천지 속 커다란 발파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가까웠다. 곧이어 불빛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4일 밤 11시 3분, 확보된 통로를 통해 스스로 걸어서 탈출에 성공했다. 221시간, 꼬박 열흘 만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들과 상봉한 순간, 정하 씨는 “어… 준철이 왔냐”라고 첫마디를 건넸다. 작업반장이면서 아버지인 정하 씨의 단단한 정신력이 느껴지는 인사였다.
언제나 어디서나 희망은 있기 마련이다. 지하 190미터,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고립된 암흑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려고 끊임없이 움직인 두 사람.
그 암흑 가운데서도 희망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