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원룸에 정부에서 지원해준 생쌀, 배추 등 식재료가 쌓여 있었다. 자가격리자에게 제공되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이 식재료들은 그대로 방치돼 썩어가는 상태였다.
그 이유는 이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사람이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었기 때문.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는 물도 마시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A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2주를 버텨야 했다.
최근 유튜브 계정 ‘스브스뉴스’에는 자가격리자로 분류돼 홀로 2주를 버틴 중증장애인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자가격리 조치됐다. 그러나 어떤 지원도 없이 홀로 자가격리됐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가격리 기간에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A씨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이 막막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물품 가운데 제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증상이 심해져도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마음은 불안감, 초조함에 휩싸였다.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던 A씨는 민간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지원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원 체계가 있는지, 지금 지원되고 있는 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데…”라며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이) 아무것도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격리 및 확진자를 위한 시설, 지원 인력도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난, 감염병 위험 상황에서 장애인이 소외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 메르스 때랑 똑같다. 하나도 바뀌지 않고, 하나도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라며 “대책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지만 소용없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신종 감염병”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장애인이 재난에서 소외되는 상황은 말 그대로 ‘신종’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