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남성 무리가 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해당 남성들의 수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3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정례간담회에서 “사고 났을 때 토끼 귀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이 밀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위법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서 밀었을 때 적용되는 혐의를 두고 국가수사본부 측은 “사안별로 다르기 때문에 관련자 진술과 영상을 통해 분석할 것”이라며 “상황이 되면 강제수사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현장 주변 CCTV 52대는 물론 SNS에 게시된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목격자와 부상자 44명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 초기여서 입건 대상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은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폭 3.2m의 좁은 골목으로, 이곳을 약 300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다 넘어지며 6~7겹씩 뒤엉켜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과 그 무리가 밀쳐서 사고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린 생존자 A씨는 “뒤에서 20대 후반 돼 보이는 가르마 파마에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밀자, 얘들아’라고 했고 그 친구들이 ‘밀어, 밀어’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뒤에서 밀어버리니까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우수수 넘어졌다. 나는 위쪽에서 손잡고 올려준 사람 덕분에 살았다”고 전했다.
유튜브에 댓글을 남긴 생존자 B씨 또한 “나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에 갔다. 매년 인파는 많았다. 이 정도 인원이 모이는 축제는 무수히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누군가가 밀었다. 분명히 처음에 밀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이번 참사는 누군가의 밀침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건물 2층에서 사고를 지켜봤다는 목격자 C씨도 유튜브에 댓글을 남겼다.
C씨는 “토끼 귀 머리띠 한 남성이 ‘밀어, 밀어’라고 했다. 그 사람이 친구 4~5명과 ‘밀어, 밀어’로 선동했다”고 적었다.
이어 “앞에 사람들이 넘어져 있는데도 계속 밀다가 저희 층에서 그만하라고 물건 던지고 소리치니까 앞에 상황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도망갔다. 잡아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증언이 모두 공통적인 내용을 담은 가운데,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개인으로 가해 대상을 특정하기가 곤란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고 한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 여러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