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아들 떠나보낸 날도 출근했던 ’34년 공직자’ 김동연 당선인

By 이서현

‘윤심(尹心)’을 상징하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경기도정을 이끌게 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그는 지난 2일 10시간짜리 역전 드라마 끝에 0.1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압승을 잠재우며 잠재력을 입증한 김 당선인은 일약 야권의 차기 대권 잠룡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더불어 그의 남다른 인생사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 당선인은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소년가장 역할을 했다.

가족 부양을 위해 상고에 진학한 후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학업을 이어가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했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관료를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10월에는 27살이던 큰아들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냈다.

아들이 오랜 기간 투병했지만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아들에게 골수이식을 한 날도 건강진단을 받으러 간다고 한 후 하루 휴가를 썼다.

아들의 발인을 마친 날도 오후에 사무실로 출근해 국무조정실에서 만든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한 일화는 유명하다.

훗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기도 하다”고 아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2014년 7월, 청와대의 만류에도 국무조정실장직 사의를 표하고 관료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격무에 시달렸다는 점과 아들을 잃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점을 들면서 거듭 사퇴를 요청해 청와대가 이를 수락했다.

이후, 대형 로펌들의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6개월간 경기도 양평 농가로 내려가 근처 중·고등학교 강연 및 봉사활동을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2015년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의 제의에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취임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5월 26일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유튜브에 공개하며 먼저 떠나보낸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연유를 밝혔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그는 “34년 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최선을 다했던 것은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던 공직자의 도리를 다하기 위함이었다”며 “아주대 총장 시절 네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우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청년들 속에서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네 모습을 찾고 싶었다. 너와 함께 오래 살았던 이곳, 경기도를 기회가 넘치고 공정한 곳으로 꼭 만들고 싶다”며 “아들에게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