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4년 만에 뒤집어질 수 있었던 데는 대법관 구성 변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7명 전원이 ‘무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선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다수의견을 낸 8명 중 김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박정화·조재연·민유숙 대법관 등 6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그중 찬성의견을 낸 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이동원 대법관도 별개의견을 냈지만 무죄 취지 판단은 같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7명 전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며 9(무죄) 대 4(유죄) 의견을 끌어낸 셈.
반면 이전 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소영 대법관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유죄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김소영 대법관과 이기택 대법관은 “대한민국 남성이 입영처분을 받는 19세까지 학교생활 외에 양심에 관해 외부로 드러낼 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며 “양심이 진정한 지는 형사 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조희대 대법관도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법관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