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포괄적 접근 통한 북핵 해결’…일괄타결 원칙서 선회
통일은 장기과제로 남기고 인권 내용은 축소
3일 공개된 정부의 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18∼2022년)이 직전 기본계획과 비교해 비핵화 해법이 크게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계획에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병행하면서 둘 사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4대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남북 간 대화·교류 활성화를 통해 북미대화와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남북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조건 없이 가능한 사업부터 시작한다는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 목표 역시 평화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수립돼 2017년까지 적용됐던 2차 기본계획을 관통하는 ‘선(先) 비핵화’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기본계획에는 비핵화 진전이라는 조건을 붙여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인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명시돼있다.
핵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도 없다는 사실상 연계전략인 셈이다.
3차 기본계획 가운데는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고 비핵화뿐 아니라 남북 간 신뢰 구축,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 개선 등을 포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단계적·포괄적 접근 전략’ 역시 눈길을 끈다.
5년 전 기본계획에는 6자회담 등 비핵화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다만,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 초기 현 정부가 포괄적 해법에만 초점을 맞춰 주장해온 ‘톱다운 방식의 일괄타결’ 원칙을 현실에 맞게 손을 본 것이다.
2022년까지 목표를 북핵 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정착으로 설정하고 남북통일은 최소 5년 뒤 장기목표로 남겨놓은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장기목표 설정은 북한의 붕괴 또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함으로써 ‘과정으로서의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에 따라 이번 기본계획의 7개 중점 추진과제 중 통일과 관련한 과제는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 및 통일역량 강화’라는 한 개항뿐으로, 10개 추진과제 중 절반이 통일 관련이었던 2차 기본계획보다 대폭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나서면서 ‘우리 주도의 한반도 문제 해결’ 등 한국 정부의 능동적 노력이 부각된 점도 새 기본계획의 특징이다.
이번에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대폭 축소되고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언급한 대목은 빠진 것은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기본계획은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이렇게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약속”이라며 “문구를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전체적 맥락을 봐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