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개발도상국에 ‘차이나머니 부채’ 경고

“개발도상국 빚더미에 올라앉아”…”대출 규모·성격 투명해져야”
중국 “‘중국 책임론’ 증거 없어…우리 아닌 다른 나라들 때문”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개발도상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수장이 개도국 정부들의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해 경고하면서 대출의 투명성 재고를 촉구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신임 WB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세계 일부는 너무 많은 빚을 떠안았다”며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맬패스 총재는 취임 이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저개발국에 막대한 빚과 질 낮은 사업을 떠안긴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IMF·WB 춘계회의’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개도국이 떠안는 빚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Alex Wong/Getty Images
Alex Wong/Getty Images

맬패스 총재는 “아프리카 17개국은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며 “새 계약들이 체결되면서 그 숫자는 늘고 있으며 투명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맬패스 총재는 대출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출이) 투명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채는 경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협력하느라 부채 위기를 맞았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는가? 아직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로고

그는 오히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 때문에 늘어난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개발도상국들의 높은 부채 수준과 불투명한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대출자가 다원화되고 파리클럽 비회원이 제공한 공공부채가 생기면서 향후 이뤄질 채무 구조조정은 10년 전보다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클럽(Paris Club)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등으로 구성된 국제 채권국 모임이다.

국제기구 수장들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과정에서 개도국에 대규모 인프라 건설자금 등을 빌려주며 참여국을 빚더미에 앉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독려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선뜻 지원에 나서지 않는 부실국가에 자금을 제공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국토 개발에 들어간 스리랑카의 한 항구 주변 개발구역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이 때문에 10여년이 지난 현재 부채상환이 한계에 직면한 국가들이 속출하자 IMF가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문제는 중국이 빌려준 자금의 규모와 조건이 불투명한 탓에 IMF가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IMF와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된 데에도 중국에서 빌린 자금의 불투명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세계은행과 IMF는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채의 조건과 규모, 만기일 등을 알아내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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