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액 보유자로 60년 넘게 헌혈을 하여 240만 명의 어린이를 살린 할아버지가 마지막 헌혈을 마치는 모습이 호주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12일 호주 언론은 ‘황금팔의 사나이’로 불리는 제임스 해리슨(81) 씨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했다.
해리슨 씨는 14살 때 수술 중 우연히 자신의 혈액 속 희귀 항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항체는 RH 융혈성 질환 퇴치에 사용된다. 산모와 태아의 RH 혈액형이 다를 때, 산모의 혈액이 태아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해리슨 씨는 이후 60년 동안 2주에 한 번씩 헌혈하여 백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의료진은 해리슨 씨의 백신으로 목숨을 구한 아이만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리슨 씨가 헌혈에 이처럼 열성적인 14세 때 폐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아버지가 해준 말 때문이다.
해리슨 씨는 “아버지는 제가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수혈받은 13리터의 피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당시 아버지께서도 헌혈에 적극적이셨고 저는 그때부터 나이가 들면 헌혈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리슨 씨는 지난 주말 1173번째를 마지막으로 헌혈을 끝냈다. 호주 법률상 더는 헌혈을 할 수 없는 고령이 됐기 때문이다.
해리슨 씨가 마지막 헌혈을 하는 자리에는 그의 도움을 받은 아이와 부모들이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많은 생명을 살렸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며 “의사가 말리지만 않았으면 계속 헌혈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