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의 쓸쓸한 노인 헤즈키아 퍼킨스.
말년을 방문객 없이 외롭게 지내던 퍼킨스씨는 사랑하는 가족·친구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향년 90세.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그의 장례식에는 원래 참석하기로 했던 딸마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딱하게 여기게 된 공동묘지측은 장례식 전날 페이스북에 짤막한 안내문을 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퍼킨슨씨의 장례식에 유족이 오지 못하게 됐다. 주민 여러분이 참석해달라.”
지역방송국에서도 “6·25에 참전했던 퍼킨슨씨의 장례식이 내일 열린다”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다음날 열린 그의 장례식. 인근 지역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퇴역한 참전용사들이 제복을 갖춰 입고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장례식장 주변은 추모객이 탑승한 차량으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한 참석자는 “나라를 위해 봉사했다가 떠나는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러 왔다. 가슴이 그렇게 시켰다”라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오토바이 부대도 장례식에 동참했다. 퍼킨슨씨의 관은 고급 리무진에 실려 수십 대의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장지로 운반됐다.
장례식은 장엄하게 치러졌다. 바이올린 연주자와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고, 군부대에서 나온 군인들이 의전을 진행했다.
이런 모습은 화상통화를 통해 먼 곳에 있는 퍼킨슨씨의 딸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해당 공동묘지 관계자는 “참석자들의 규모에 겸허해졌으며, 지역사회가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