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 회장 “부는 차근차근 쌓는 게 소중”
“돈은 더 못한 사람들 돕는 데 써야” 아들들 가르쳐…부회장 아들, 아직 집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홍콩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 센타라인의 창업주 아들인 알렉스 시(30)는 이 회사 부회장이긴 하지만 미화 4억 달러(4천575억 원)로 평가되는 아버지 보유 회사 주식은 한 주도 상속받지 못할 처지다.
아버지 시 윙-칭이 이미 10여년 전에 주식 전부를 세 아들 대신 자선 단체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스는 24일 거대한 부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홍콩의 다른 거부들과 다른 이들 부자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부동산에 미친 홍콩에서 최대의 부동산 중개업체의 후계자가 아직 자신의 집도 장만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들 시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단번에 너무 안락한 삶을 살지 않는 게 좋겠다, 차근차근 쌓는 게 소중하다’라고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말씀해 왔다”며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것 때문에 심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센타라인은 홍콩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 5건 중 2건을 차지하고 매일 총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다루지만, 부회장인 시는 “금융분야에서 일하는 내 친구들보다 적은” 봉급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많은 홍콩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그도 생애 첫 주택 마련을 위해 아직 저축하고 있는 중이다. 부모가 좀 보태주면 중산층 지역인 서 구롱이나 이보다 좀더 비싼 호 만 틴 지역에서 침실 2개짜리 아파트를 살 생각이다.
그는 “생애 첫 집이 꿈꾸던 집이 아닐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산 사다리를 탄 셈이니 앞으로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영국의 런던경제정치대학에 유학 보내줬으나 홍콩에서 초중등 학교는 부자들이 선호하는 국제학교 대신 공립학교에 보내면서 돈은 더 못한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는 철학을 가르쳤다.
중개사로 시작해 일선 부동산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고 올해 초 부회장 직을 맡은 그는 70세인 아버지가 곧 은퇴하면 회장직을 ‘상속’한다.
센타라인은 지난해 홍콩 부동산 시장 침체와 중국 본토에서 경쟁 심화로 중개 수입이 전년에 비해 가까스로 1% 는 24억 달러에 그쳤고, 당기 순이익은 반토막 날 정도로 어려운 해를 보냈다.
홍콩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하는 가운데 경영자로서 시는 부동산 중개 업무의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7년 자신의 책임 하에 부동산 매물을 가상현실로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더 최근엔 매매와 임대 계약을 간소화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재산 상속 없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