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남성의 눈에 비친 ‘세상의 변화’

By 남창희

폴란드의 한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던 남성 얀 그르제브스키.

열차사고로 의식을 잃은지 19년이 지났지만 그의 아내 게르트루다는 언젠가 남편이 깨어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헌신적으로 간호를 계속했다.

그런 아내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그는 지난 2007년의 어느날 갑자기 의식을 회복하며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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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이 65세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광경은 19년 전인 1988년의 폴란드 거리.

당시에는 늘 먹을 것이 모자라 배급제를 하던 시절이었고, 상점의 진열대는 텅 비어있기 일쑤였다.

그르제브스키는 폴란드 현지방송과 인터뷰에서 “혼수상태에 들어갔을 때 상점에는 차와 식초밖에 없었다”며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육류는 배급제였고 석유를 구입하려는 긴 행령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폴란드의 한 정육점 /Wikicommons

강산이 두 번은 변할 세월인 19년 만에 깨어난 그의 눈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사람들마다 들고 다니던 휴대폰이었다.

그가 깨어난 2007년은 아이폰(1세대)가 처음 공개된 해였다. 스마트폰은 아직 보급되지 않았지만 휴대폰은 널리 사용되고 있었던 것.

그는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얀 그르제브스키(왼쪽)와 아내 게르트루다 /respectance.com

또한 “상점에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 머리가 돌 지경”이라며 놀라워했다.

폴란드에서 공산주의 종식되고 상점마다 물건이 가득찬 것도 그에게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는 “아내의 보살핌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고 감격했지만, 아쉽게도 이듬해인 2008년 12월 12일 뇌종양으로 사망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