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면 그냥 모른 척해야 할까.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 할아버지가 65년 전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뒤늦게 바로잡으며 기사도를 실천했다.
제이 티드마시 경(Sir)은 어느 날 서재에서 책장을 살펴보다 1949년 졸업했던 중학교 ‘톤튼스쿨(Taunton School)’ 도장이 찍힌 책을 발견했다.
17살이었던 65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스파이소설 ‘어센덴’이라는 책이었다. 작가 서머싯 몸이 영국 정보부 재직시절 경험을 녹여낸 소설이었다.
그는 책을 빌렸다는 사실을 깜빡했고 그대로 학교를 졸업하면서, 결국 책장에 놓인 책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도서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백발이 성성해진 80대가 되어 이 책을 발견한 제이 경은 학교에 이 책을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밀린 연체료는 당시 학교 규정대로 계산하면 약 1500파운드(약 229만원).
그는 이미 학교재단의 후원자로 적잖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지만 기부금은 기부금이고 연체료는 연체료라고 생각했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열었을 때 톤튼스쿨 도장이 찍힌 걸 봤다. 꼭 책을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돌려준 책을 기쁘게 받았다”며 “(그가) 65년분의 연체료도 후하게 쳐줬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편, 학교 측은 그의 행동을 계기로 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납 도서 자신신고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졸업생들이 낸 연체료는 학교도서관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