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에 1,400만원이 넘는 일본산 고급 포도인 ‘루비 로망’이 한국으로 유출됐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어 일본에서 공분하고 있다.
지난 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나는 고급 포도 루비 로망의 묘목이 한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이미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서 루비 로망이 허가 없이 팔린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루비 로망은 일본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 포도다. 일본은 루비 로망을 각별히 여긴다.
포도 한 알에 무게가 20g 이상, 당도는 18도 이상으로 일본 경매에서는 한 송이에 150만엔, 한화 약 1,420만원에 팔린 고급 과일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시카와현은 엄격한 계약을 맺은 농가에 한정해 묘목을 제공한다.
이런 루비 로망이 한국에 유출됐다는 보도에 이시카와현 담당자는 해당 사실 파악에 나섰다.
올해 8월 이시카와현이 서울 시내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 총 3개 점포에서 루비 로망을 구입, 연구기관에 감정 의뢰한 결과 이시카와현의 루비 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일본은 최소 5년 전에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시카와현은 일본 내 루비 로망 농가들의 묘목 관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나 정확한 유출 경로를 알아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25개 농가에서 루비 로망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루비 로망은 한 송이당 8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제 식물 신품종보호연맹(UPOV) 협약에 따르면 출시된 지 6년 이내 신품종에 한해 다른 나라에 품종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시카와현은 출시 6년이 지나고 나서도 한국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아 재배 금지 등의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다만 이시카와현은 한국 특허청에 루비 로망의 상표 등록을 출원했다.
만약 한국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루비 로망’ 이름을 사용하는 한국 농가들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말 그대로 상표의 문제라 루비 로망이라는 이름만 쓰지 못할 뿐, 계속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은 가능하다.
해당 사건을 두고 한일 양국에서는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대체로 비판하는 목소리다.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일본 특허청을 방문해 이시카와현이 한국에서 상표권을 취득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를 담은 협력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잘못은 잘못이다. 정당하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벚꽃, 제주 흑우(일본 와규), 문화재 등 우리나라에서 일본이 가져간 게 너무 많다. 우리도 로열티를 지불하되 받을 건 받자” 등의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