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총수들 만나서 볼일 보고 일본 일정 다 취소한 ‘빈 살만’

By 안 인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우리나라 다음으로 예정돼 있던 일본 방문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8일 미국 블룸버그와 일본 TBS 등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1박 2일 일정의 한국 방문을 마친 빈 살만 왕세자가 방일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2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만남을 조율하며 빈 살만 왕세자를 환대했다.

이튿날인 21일에는 사우디-일본 정부 및 재계 지도자들의 비즈니스 포럼이 예정돼 있었다.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사우디와 일본 양국 간 협력각서 체결식도 진행될 계획이었다.

두 일정 모두 취소됐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사우디와 일본 측 모두 구체적인 취소 이유를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무역진흥기구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행사를 중단하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구체적인 취소 이유에 관한 언급은 꺼리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 일본과 사우디 간에 고위급 방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당일인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오너 8명을 초대했다.

8명 중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은 전날 저녁에서야 참석 요청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이들은 “명색이 20대 그룹 총수인데 하루 전날 부르다니 놀랍다”면서도 “그래도 안 갈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이날 모인 오너 8명이 이끄는 8개 그룹의 자산 총액은 1277조원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재산은 추정으로만 2688조원으로, 빈 살만 왕세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렇게 모인 오너 8명은 PCR 검사를 받고 보안검색대를 두 번 통과한 다음 휴대전화도 맡긴 뒤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너 8명에게 “사우디에서 무슨 사업이 하고 싶냐”고 일일이 질문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우리 기업 및 정부와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MOU) 26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