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새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강력한 해상 차단 방안을 포함하려 했던 것은 북·중 간 유류 밀수 확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조선일보는, 북한 선박들이 지난 10월 이후 30여 차례에 걸쳐 서해 공해상에서 중국 국적 추정 선박들로부터 유류(油類) 등을 넘겨받아 밀수하는 현장을 미국 정찰위성이 포착해 한·일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문자로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Caught RED)”며 “아주 실망스럽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인 해결 방법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외언론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화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도에서 언급된 북한 선박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선박은 8월 이후 중국의 항구에 정박한 적이 없고, 중국 항구를 출입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해명은 두 가지 의문을 낳는다.
첫 번째는 중국 고위층에서 한반도 핵무기 보유 금지를 재차 천명하고 미국과 UN 제재 결의안에 동의한 상황에서 누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더 안전한 단둥의 송유관이 아닌 공해상에서 선박으로 북한에게 원유를 공급했느냐는 것이다.
석유공급은 북한 정권이 가장 매달리는 사안이다. 석유가 없으면 각종 화학제품 생산 중단은 물론이고 자동차,비행기, 화물선, 탱크, 군함을 운행할 수 없으며, 핵실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석유 수입량의 80%는 중국에서 송유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1975년에 건설된 이 송유관은 중국 단둥시 압록강변에 위치한 싱광(星光)촌 진산만(金山灣)의 유류 저장고에서 시작해 압록강을 가로 지른 후 북한 신의주 유류 저장고로 이어지며 전체 길이가 30.3km에 달한다. 거기서 다시 약 1km 떨어진 봉화정유공장에서 가공된다.
석유는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유전(大慶油田)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수송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산하의 ‘중조우의송유회사’가 맡고 있다.
북한과 거래 했던 단둥의 한 사업자는 “만약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의 탱크는 바로 멈춰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 원유공급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에는 두 개의 정유공장이 있다. 하나는 러시아와 북한 접경 지역의 나선경제특구 승리정유공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둥과 가까운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정유공장이다. 승리정유공장이 생산을 중단함으로서 어려움이 커졌지만 해상으로 원유를 수송하고 다시 육지를 통해 정유공장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것은 이만저만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만약 중국 고위층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량을 유지하고 싶어 하더라도 가장 편리한 방법은 위성으로 추적될 수 있는 공해가 아니라 송유관을 통한 거래이다. 공해 상의 거래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적발 시 중국으로서는 스스로의 뺨을 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중국 정부의 체면이나 입장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때문에 중국이 김정은의 행보를 방치하면서 체면을 세우기는 쉽지 않게 됐다.
중국이 유엔 제재 결의안에 동의하고 북한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를 묵인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의 부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원유를 공급한 것은 중국 고위층의 뜻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후는 누구일까?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의문점이다. 확실한 것은 그 배후가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엄청난 자금과 석유공급 채널도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중화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에서 인해 낙마했거나 아직 낙마하지 않은 저우융캉(周永康), 쩡칭훙(曾慶紅), 류윈산(劉雲山) 등 장쩌민 세력은 모두 북한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고 북한 방문 시 특별 대접을 받았다.

시진핑이 원유 공급 제한을 통해 김정은을 제재하기로 트럼프와 합의한 후에도 이들 장쩌민 세력은 막대한 해외 자금을 들여 그동안 북한과 거래를 해온 회사를 통해 에너지 자원을 북한에 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그 경로는 공해상의 유조선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가능성은, 장쩌민 세력이 선박을 임대해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사들인 후 북한에게 공급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북한의 급한 불도 꺼주고, 중국 내 반대 세력에게 난감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추측이 어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중국 내 권력투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지도부는 그동안 장쩌민 세력과 힘겨운 암투를 벌이면서 핵심 세력은 타격하지 않아 집권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우샤오후이(周曉輝·중화권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