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휴양도시 마티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들의 비참한 최후가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80명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는 200여 명, 실종 신고도 크게 늘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에서 시작된 불은 시속 100㎞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주민들은 달려서도 탈출하기 어려웠다. 일부 주민들은 해변으로 내달렸고 상당수 주민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에 뛰어들지 못한 사망자 26명은 해안 절벽에서 서로 껴안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최후의 순간 엄마들은 대부분 불길을 등지고 자녀를 안고 있었다.

그리스 적십자사 회장인 니코스 에코노모풀로스는 스카이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탈출로를 찾으려 했지만, 불행히도 때를 놓쳤다”며 “희생자들은 본능적으로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서로 부둥켜안았다”고 말했다.
마티에 사는 코스타스 라가노스는 “불길이 워낙 빨리 돌진해 와 등이 타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 바다가 있어 뛰어들었다”며 “살기 위해 달려야 했는데, 마치 폼페이 최후의 날 같았다”고 말했다.
비치타월 한 장을 적셔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었다는 안드레아스 파시오스는 “가스통들이 폭발했고, 불붙은 솔방울이 곳곳에 날아다녔다”며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바다에 뛰어든 이들도 생존이 쉽지 않았다. 생존자 중 한 명인 니코스 스타브리니디스는 가디언에 “사람이 옆에서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보는 일은 끔찍했지만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급하게 불을 피하던 보트 한 척이 뒤집혀 타고 있던 승객 10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해안경비대와 어선 등에 구조된 이들만 약 700명에 달했다.

불길을 피하려고 주택가 차량으로 도피하던 이들도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한 남성은 불길에 막혀 승용차가 도로에 멈추자 아이를 안고 달려 피신했는데 함께 타고 있던 아내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이 남성은 잿더미로 변한 차량에서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고 오열했다.
이번 대형 산불은 주택 최소 1만 5000채와 자동차 300여 대를 태우며 그리스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