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하게 운집한 사람들 사이로 차 한 대가 지나간다.
엄청난 인파로 보아 할리우드 스타를 기다리는 팬들인가 싶지만 아니다.
지난 16일 무려 200만명이 거리로 나왔던 홍콩 시위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인파가 나뉜 것은 구급차에 길을 내주기 위해서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라며 부르며 진압했지만, 그런 발언이 무색할 정도의 질서정연함을 홍콩 시민들은 보여줬다.
One of the most beautiful scenes today: A sea of protesters give way to an ambulance on Harcourt Road which they just occupied #extraditionbill #Hongkong via citizennews pic.twitter.com/m1oak638zn
— Jeffie Lam (@jeffielam) June 16, 2019
사진이 촬영된 곳은 홍콩 애드미럴티의 중앙업무지구의 한 도로다. 정부 기관이 밀집된 이곳에서 시위대는 ‘홍콩의 자유와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항의했다.
그러던 중 구급차 한 대가 접근하자, 시민들은 서로 협력해 가며 순식간에 길을 내줬다.
이를 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의 기자 제피 람은 “오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라며 해당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트 타임즈 기자도 다른 지역에서 찍은 비슷한 영상을 촬영해 트위터에 게재하고는 “200만 시민들이 지나가는 구급차를 위해 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날 시민들은 구급차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에 대해서도 길을 내주며 성숙한 질서 의식을 보여줬다.
홍콩의 사활을 건 시위를 벌이면서도 구급차와 관광객을 배려하는 시위대의 모습에 전 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Two million, and this is what they do when an ambulance needs to come through pic.twitter.com/3cD5cEmarP
— Elizabeth Law 思敏 (@lizzlaw_) June 16, 2019
홍콩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정부가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은 30년 전 톈안먼(天安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던 중국공산당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당시 중국공산당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에 모인 시민과 젊은이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유혈진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