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성인을 입양한다는데 진짜인가요”

By 김 나현_J

미국과 일본은 입양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1, 2위를 다투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입양자는 대다수가 아이들인 반면 일본에서는 입양자 중 아이들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20대와 30대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데, 2008년에는 이런 입양자가 9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00년의 8만 명 미만 수준에서도 조금 더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가족 경영으로 유지되는 일본의 기업 전통 때문이다.

Chris McGrath/Getty Images

사업적 수완과 실무 능력이 꼭 유전적인 건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가업이 창업자가 사망하면 기울고 만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세계 기업들의 친목 모임인 레 제노키앙(Les Henokiens)에는 단 37개 기업만이 속해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기업이란 타이틀을 놓고 다투는 두 곳은 781년에 세워진 여관 호시(Hoshi)와 578년부터 불교 사원을 지어 온 곤고구미(Kongo Gumi)인데 둘 다 일본 기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 민법에는 가족의 재산을 남성 계보로 상속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었고, 전통적으로는 장남에게 재산을 물려주어야 했다.

그래서 딸만 있는 집안에서는 가문의 이름과 가업을 이어나갈 양자가 절실히 필요했다. 아들이 있다 해도 후계자로서 부적합하다고 여기면, 아들을 제치고 양자를 들이기도 했다.

Photo by Tomohiro Ohsumi/Getty Images

법적 입양의 대부분이 입양 가족 딸과의 중매결혼 형태를 띠지만, 데릴사위인 동시에 아들인 이런 ‘무쿠요시(婿養子)’는 성씨를 처가 쪽 성으로 바꾼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결혼 정보 회사와 결혼 컨설턴트들이 일본 기업들을 위해 입양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일본의 전쟁 후 민법은 더는 장자 상속권을 고수하지 않지만, 가족 기업들은 기존의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 많은 가업 사장들은 보통 가장 전도유망한 최고 관리자들 가운데서 양자를 선택한다.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와 스즈키, 전자제품 회사인 캐논, 건설 회사인 가지마(Kajima)의 가업 소유주들이 모두 입양한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이런 관습은 임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부추겨, 가족 기업들이 일반 기업의 전문 경영인만큼이나 훌륭한 인재풀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입양된 후계자가 이끄는 기업이 혈연 상속인이 물려받은 기업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