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 ‘겨울 실종’, 도쿄도내 공원서 매미부화

봄에 피는 철쭉·석남화 개화, 유통업계 겨울용품 매출 줄어 울상

이상고온으로 일본 열도가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는 가운데 때아닌 매미가 부화하고 봄에 피는 철쭉과 석남화가 개화하는 등 예년 겨울에 볼 수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상난동으로 스웨터, 머플러, 부츠 등 겨울 용품 판매가 부진해 울상이다. 예년 이맘때면 내장객으로 붐빌 나가노(長野)현내 하쿠바손(白馬村)일대의 스키장들도 눈이 내리지 않아 올해는 아직 개장도 하지 못했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전국의 926개 관측지점 중 오키나와(沖繩)와 규슈(九州), 간토(關東) 등지의 66개 지점의 기온이 12월임에도 여름날씨를 보였다. 이날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최고 기온이 25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오사카(大阪) 야오(八尾)시가 26.1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엘니뇨 발생의 영향 등으로 올겨울은 난동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상 난동의 영향으로 도쿄도(東京都) 조후(調布)시에 있는 진다이(神代)식물공원에서는 매미가 부화했다. 직원이 지난달말 공원내에서 “기름매미를 발견했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이 직원은 “내년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공원에는 봄에 피는 철쭉과 석남화가 몇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을이 끝나면 꽃이 지는 장미도 아직 꽃잎을 달고 있다고 한다. 담당자는 “난동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겨울용품 매출도 부진하다. 백화점 업체인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홀딩스는 도쿄 도심 3개 점포의 겨울용 여성 코트 11월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줄었다. 홍보담당자는 “코트 등 단가가 높은 상품의 매출이 줄어 타격이 크다”면서 “얼른 날이 추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겨울용 타이어 판매도 부진하다. 도쿄 에토(江東)구에 있는 자동차용품점 오토박스세븐은 스노타이어 매출이 작년에 비해 20% 정도 감소했다. 점포 관계자는 난동이라고 해도 일시적으로 큰 눈이 내릴 수 있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있는 만큼 “손님이 적어 금세 교체할 수 있는 지금 미리 타이어를 교체해 두는게 좋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11월21일 스키장 문을 열었던 나가노현 하쿠바손의 스키장들도 4일 기온이 16.4도까지 올라 외투를 입으면 땀이 날 정도였다. 올해는 눈도 거의 오지 않았다. 인공으로 눈을 만드는 기계가 있지만 기온이 영하 3도 정도로 내려가지 않으면 눈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현지 행정당국에 따르면 관내에 5개 스키장이 있지만 4일 현재 이번 시즌에 오픈한 곳은 한곳도 없다. 예년에는 12월에는 모두 영업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산 정상 부근에만 눈이 쌓였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