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대가 없는 양보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지지’ 발언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간 벌기를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이건 함정이다. 희망적인 생각을 하기 보다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최소한 김정은으로부터 그의 수사를 행동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는 그 어떤 약속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은 다르다며, 거기에는 주한 미군 철수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자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시작하기 전까진 수많은 전제 조건을 내놓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할 때 비핵화 개념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주한 미군 철수 같은 내용이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전제 조건을 알고도 어떻게 그런 제안을 수락할 수 있겠는가”라며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에도 몇 차례 실패했다. 또 실패하면 많은 이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에 관해 얘기할 땐 모든 범위의 핵무기를 말해야 한다”며 “그들이 정말 핵프로그램을 동결할 작정이라면 플루토늄과 우라늄 무기 모두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무기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배치에 속도를 내겠다고 주장했다며 “의미가 크다. 북한의 핵무기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원료부터 시설,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 사찰을 수용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진행될 순 있겠지만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