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이 중국 순회공연을 취소당한 이유

By 남창희

정치적 입장과 문화교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체코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9~10월 예정됐던 중국 순회공연을 취소당했다.

프라하 시장 즈데넥 흐리브가 친대만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다.

2일 홍콩매체 명보 등은 중국 문화부 장관이 체코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흐리브 시장의 언행을 문제삼았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장 뤄수강은 체코 문화부 장관 안토닉 스타넥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하라 루돌피넘 콘서트 홀 앞에서 야외 시범공연을 펼치고 있다. MICHAL CIZEK/AFP/Getty Images

“프라하 필하모닉이 흐리브 시장의 중국 관련 언행을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에서 공연할 수 있다.”

이에 프라하 필하모닉은 “정치적 입장을 전제로 한 문화교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와 관련, 흐리브 시장 역시 “프라하 필하모닉이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국 대신 대만에서 공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흐리브 시장은 1981년생으로 지난해 11월 프라하 시장에 당선됐으며, 20대 시절 교환학생으로 대만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국이 정치적 입장을 내세워 문화검열 혹은 문화주권 침해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대사관, KBS 대관취소 압력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주한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이 지난 2016년 미국 션윈예술단 내한공연 당시 서울 KBS홀 대관계약을 취소시킨 바 있다.

대사관은 KBS에 보낸 서한에서 “션윈을 공연하면 중한 양국 인민의 우정을 손상시킬 것”이라며 정치적 입장에 동조할 것을 강요했다.

국내 기획사는 대관취소가 부당하다며 서울 남부법원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상대측 항소 등 재판이 길어지면서 공연일정이 밀려 공연을 KBS홀에서 열지 못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국은 미국·스페인·독일 등지에서도 비슷한 압력을 행사했다가 현지 정부와 시민단체 항의에 불발로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