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기적의 생존 산악인, 집 계단서 굴러 사망

By 이 충민

에베레스트산에서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여성이 집안 계단에서 굴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유명 여성 등산가인 샬럿 폭스(61)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콜로라도주 텔류라이드에 살던 그녀는 지난달 24일 집안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녀의 죽음이 더욱 아이러니한 이유는 폭스가 에베레스트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기적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산(wikipedia.org)

지난 1996년, 그녀는 총 10명의 등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산에 올라 악전고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하산할 때였다. 영하 40도의 눈보라 속에 갇히면서 조난을 당했고 총 10명 중 8명이 숨졌으나 그녀는 기적처럼 살아남아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그녀는 “추위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었다”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웅크린 채 빨리 죽기만 바랄 정도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녀는 그러한 고통스러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22년간 등산을 지속했다. 그녀는 결국 8000m 이상 고산을 3개 이상 등정한 미국의 첫 번째 여성으로 기록됐다. 사망 21일 전인 5월 3일에도 네팔 동부에 있는 히말라야 바룬체(7129m)를 등정하고 돌아온 바 있다.

폭스의 고산 등반 기념사진(왼쪽에서 두 번째, Courtesy photo)

그녀의 남편은 지난 2004년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숨졌으며 이후 지금까지 그녀는 혼자 살아왔다. 그녀의 시신은 친구들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자란 폭스는 30년간 콜로라도주에서 스키 애호가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삶을 높은 고도에서 보냈다.

친구이자 영화 제작자인 코니 셀프는 “그녀는 자연의 힘 자체였다. 나는 정말로 그녀의 강인함과 헌신에 감탄해왔다”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