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홍콩의 한 무역회사에서 회계 매니저로 일하는 56세 여성은 페이스북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자신이 말레이시아에 사는 금융 애널리스트라며 매너 있는 말투와 친절한 태도로 이 여성의 호감을 샀다.
온라인에서 만난 지 한 달 후 그는 이 여성에게 급히 1천 달러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자신의 8천만 홍콩달러(약 112억 원)의 자산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잠시 동결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남성에게 푹 빠져있던 여성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에게 돈을 선뜻 보내줬다. 그런데 이 남성의 부탁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저렴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그녀는 이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100만 홍콩달러(약 1억 4천만 원)의 예금을 모두 써버렸고 이후에는 은행은 물론 가족, 친구 등에게서 돈을 빌려 보내줬다.
올해 2월까지 18개월 동안 이렇게 보낸 돈은 무려 2천 640만 홍콩달러(약 37억 원). 보낸 횟수도 300번이 넘었다.
주변에서 더는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데다 이 남성이 돈을 돌려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그녀는 뒤늦게 의심이 들어 지난 2월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홍콩에서 지금껏 신고된 최대 규모의 ‘온라인 로맨스 사기’로 밝혀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홍콩 경찰의 사기 전담 부서는 지금껏 ‘온라인 로맨스 사기’로 수사를 요구받은 금액이 무려 22억 홍콩달러(약 3천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온라인 로맨스 사기의 목적은 ‘사랑’이 아닌 ‘돈’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며 “온라인 데이트를 할 때는 상대방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우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