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히 신문은 지난달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미국 측이 거론한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북한이 전혀 인정하지 않아서라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회담 실무협의에서 미국 측이 지적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에 관해 북한 측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면서 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보도에서 한미 양국은 평안북도 영변군의 반경 수십km 안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5MW 원자로와 사용 끝난 핵연료봉 재처리시설, 2010년 미국 전문가에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등 수십 곳의 핵 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한미 양국은 영변군 내 북한이 공개한 농축시설에서 수km 떨어진 서위리와 분강에 비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여러 개 보유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개한 농축시설에서는 ‘평화적 이용’ 명목으로 저농축 작업을 시행하고, 비공개 비밀시설에서는 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관계 소식통은 실무협의에서 미국 측이 영변군 핵관련 시설 외에 평양 근교 강선에 있는 비공개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도 요구했으나 북한이 그 존재를 부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은 실무협의에서 반복적으로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영변 핵시설 내 구체적인 시설 이름과 위치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원자력 및 군사, 국제법 관계자를 실무협의에 동석시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월 28일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폐기 대상에 대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이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시설명은 언급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한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NSC) 보좌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같은 맥락으로,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놓은 것은 “노후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일부가 포함된 영변 핵시설의 매우 제한된 부분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완전한 제재 해제에 준하는 완화를 원했다”라고 회담이 결렬된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과 미국 모두 협상을 유지하려는 입장은 고수하며 어느 쪽도 양보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에서, 향후 북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 갈지 지켜볼 일이다.
은구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