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의 내역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분기(1~4월) 중국으로부터 4억5498만 달러어치(5439억원) 물품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식량은 1800만 달러(215억원)로 전체의 약 4%에 그쳤으며, 지난해 1분기(6.5%)에 비교해도 오히려 약간 감소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온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 데이터다.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은 밀가루 등 제분공업 생산품이 1644만 달러, 쌀 등 곡물은 180만 달러였다.
반면, 같은 기간 북한이 수입한 중국산 담배는 1765만 달러어치로 전체 식량 수입액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밀가루 등만 놓고 본다면 식량 수입액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북한의 전체 담배수입량은 6964만 달러로 2년 전(1879만달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흡연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북한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들여온 품목은 플라스틱이었으며 이어 인조섬유, 과일·견과류 순이었다.
플라스틱과 인조섬유는 북한 내에서 공산품과 의류 등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원재료로 분석됐다.
과일과 견과류 수입량이 식량보다 높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북한의 대중 과일·견과류 1분기 수입액은 2600만 달러였다. 품목별로는 감귤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사과, 건조과일(말린 바나나), 포도, 멜론 순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 북한의 식량난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몇 개월 후 수확 시기가 되어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나라 통일부 역시 북한의 쌀 시장가격이 하락했다는 일부 국내언론 보도와 관련해 “객관적 지표로 보기 어렵다”며 세계식량계획(WEP) 등의 발표자료를 참고해야 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