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전설’ ‘패션의 황제’로 불리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타계한 후 남겨진 막대한 유산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의 반려묘인 슈페트가 상속받게 될 지분에 호기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타계한 칼 라거펠트의 반려묘 슈페트는 인스타그램(@choupettesdiary) 등 소셜미디어에서 17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슈퍼 고양이다. 새하얀 털에 파란 눈동자, 고고하고 도도한 자세와 표정의 슈페트를 본 딴 캐릭터 브랜드도 나왔고 화보집(『Choupette: The Private Life of a High-Flying Fashion Cat』)도 출간됐다. <보그>를 비롯한 유수 패션잡지에 세계적 모델들과 어깨를 겨루기도 하고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광고와 독일 자동차 오펠의 판촉 달력에도 출연했다. 슈페트가 광고·화보집 등의 활약으로 벌어들인 자산만 300만 유로(약 38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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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는 생전에 슈페트를 친하게 지내던 프랑스 출신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에게서 ‘빼앗다시피’ 데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버만 고양이(Birman cat) 품종으로 알려진 슈페트를 “내 세계의 중심”이라고 칭하면서 “그의 우아함과 태도에서 늘 영감을 받는다”고 예찬했다. 2013년 인터뷰에선 “할 수만 있다면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슈페트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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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펠트는 슈페트의 초상화를 직접 그리고 패션 사진도 찍었다. 슈페트가 “너무 세련됐다”는 이유로 고양이 사료 광고를 거절하기도 한 그는 슈페트에게 보모 2명과 경호원 1명을 붙여주고 자신의 전용기에 태워 함께 다니기도 했다. 식사할 땐 사람처럼 테이블에 앉혀 파리의 유명 요리사가 만든 킹크랩, 훈제연어, 캐비어 등이 혼합된 전용 사료를 먹였다. 라거펠트는 슈펠트를 “인간과 똑같은데 말이 없는 장점까지 있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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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펠트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슈페트가 지금과 같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전에 공언했다. 프랑스 법은 고양이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독일 출신인 라거펠트는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라서 괜찮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유언장에 슈페트가 언급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슈페트에게 남기는 유산은 신탁에 맡겨질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