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든 새 떼에 막 이륙한 항공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비상착륙하는 일이 일어났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크림반도에 있는 도시 심페로폴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동남쪽 ‘쥬코프’ 공항을 이륙한 에어버스 A321 여객기에는 승객 227명과 승무원 7명 등 234명이 타고 있었다.
새들은 A321 여객기가 이륙한 직후 비행기와 부딪히면서 비행기 양쪽 날개에 달린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후 1개 엔진은 고장을 일으켰고 다른 1개 엔진은 불이 붙었다.
다행히 불은 동체로 옮겨붙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기장은 곧바로 동체 착륙을 결정했다. 동체 착륙은 착륙 기어를 이용하지 않고 비행기 몸체만을 이용하는 착륙 방법이다.
기장은 비행기 엔진을 모두 끈 뒤 착륙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로 활주로에서 약 1km 떨어진 옥수수밭에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비상 트랩을 이용해 서둘러 탈출시켰다.
현지 재난 의료센터는 이날 사고로 모두 75명이 다쳤으나 대부분 탈출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은 부상자였으며, 그중 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장의 민첩한 대응과 성공적 착륙으로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승객은 현지 언론에 “기장이 상당히 높은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 시켜 모두가 살아남았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많은 네티즌은 침착한 대처로 수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한 조종사들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일부 네티즌은 조종사들에게 상을 주자는 청원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dpa 통신은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 사고와 관련해 범죄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고 조사팀은 공항의 조류 퇴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와 함께 항공사 측의 항공 안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안전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4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러시아 항공교통국(Rosaviatsia) 대변인은 “동체착륙은 옳은 결정이었다”, “범죄 조사는 불필요하다”며 기장과 승무원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