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러시아 ‘채찍부대’…”월드컵 치안은 우리 담당”

By 김 나현_J

러시아가 월드컵 치안유지에 폭력적인 민간단체를 동원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푸시킨 광장에서 수천 명이 동참한 반푸틴 시위가 열렸다.

그런데 시위대 앞에 군복과 가죽 부츠, 털모자를 갖춰 입은 남자 수십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인파를 향해 검고 굵직한 채찍을 마구 휘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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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으며 흩어지다가 대치하던 경찰에게 붙들렸다. 이날 모스크바에서만 야권 인사 나발니를 비롯해 시위대 703명이 체포됐다.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자들은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월드컵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치안 유지’를 돕겠다고 나선 ‘카자크’족 자경단. 카자크족은 기마술에 능하며 채찍을 갖고 다니는 전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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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이 실제로는 카자크 혈통과 연관이 없으며, 민간단체 ‘중앙 카자크부대’ 소속으로 모스크바시로부터 1590만 루블(2억 7500만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모스크바 당국의 자금 지원의 명분은 시내에서 진행되는 대형행사의 공공질서와 안전보호. 지방정부가 이들을 육성하고 이들의 난동을 용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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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1200명에 달하는 이 단체는 월드컵 기간 러시아 경찰과 협조해 치안 유지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인 인사들조차 경찰과 군 병력을 놔두고 이들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