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무고한 난민”이라고 무작정 감싸는 바람에 추방이 미뤄졌던 성폭행범의 본국송환이 늦게나마 이뤄지게 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지난주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범 야쿠브 아흐메드(30·Yaqub Ahmed)가 이달 안에 본국인 소말리아로 추방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아흐메드 추방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비행기 승객들이 본국송환길에 오른 아흐메드를 ‘무고한 난민’으로 착각해 추방을 저지한 탓이다.
아흐메드는 지난 2009년 모하마드, 바루드, 온도고 등 난민 패거리 3명과 함께 영국인 소녀 한나(가명·당시 16세)를 집단 성폭행했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런던의 한 지역에서 길 잃은 한나를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며 일행 중 한 명의 아파트로 유인해 범죄를 벌였다.
한나는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달아나려 했지만 아흐메드 패거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고, 폭행을 당하던 중 비명소리를 들은 주민의 신고로 겨우 구조됐다.
경찰에 체포된 아흐메드 일행은 DNA 증거에도 범죄사실을 부인하다가 9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아흐메드는 복역 4년 만에 본국송환을 위해 출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아흐메드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영국땅을 밟게 됐다.
비행기 승객들이 아흐메드를 ‘추방되고 있는 무고한 난민’으로 오인하고 추방을 막아선 것이다.
승객들은 “그를 영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게 하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이민국 관리들은 승객들의 강경한 태도와 항공안전 등을 고려해 결국 아흐메드 추방을 포기했다.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아흐메드는 승객들을 향해 “감사하다”고 말했고, 승객들은 “당신은 자유”라며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승객들 중에 아흐메드가 흉악범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무지한 승객들의 저지로 추방무산 소식을 접한 한나는 공포와 분노에 떨어야 했다.
그녀는 언론인터뷰에서 “수갑을 찬 범죄자를 변호하고, 승객들이 항의한다고 흉악범을 풀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흐메드는 지난 3월 보석금을 내고 전자발찌 착용조건으로 풀려나 최근까지 런던 거리를 활보했고, 한나는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둔 채 집에서 떨며 지내야 했다.
한나는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추방되기만을 기다렸다”며 “하지만 이제 이 땅에서 더는 못 살겠다”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들끓자, 영국 정부는 다시 아흐메드 잡아들였지만 추방 절차와 안전평가 등 절차를 진행하느라 8개월 이상을 지체하게 됐다.
또한 영국 정부는 아흐메드를 추방한 뒤 나머지 가해자 2명에 대한 추방도 논의하기로 했다.
2명만 추진하기로 한 것은 가해자 중 한 명인 온도고가 2012년 출소 후 영국을 벗어나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에 합류 후 시리아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해자 모하마드는 각각 소말리아 내전을 이유로 추방을 거부하고 있고, 바루드는 영국 국적을 취득해 추방이 불가능하다.
이에 현지에서는 시민권 박탈 등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의 어머니는 “당시 왜 승객들이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어 범죄자가 영국에 머무를 수 있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는 차질없이 추방이 진행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