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격 테러 ‘생중계 동영상 확산’…SNS 못 막아

By 한 지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일어난 비극적인 총격 테러 사건은 범인이 범행 당시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며 더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현재까지 50명이 사망한 이 총격 사건은 범인이 생중계한 영상을 통해 복사본이 퍼지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SNS가 테러 확산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age_alt%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 사원에서 15일 총기난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범행을 하러 가며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 범인들은 총기난사 순간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영상 캡처)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브렌턴 테런트(28)는 지난 15일 테러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17분간 생중계했다. 이마에 착용하고 촬영한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라이브스트림) 될 당시 동시 시청자는 불과 10명에 불과했으나 이 극소수의 시청자들이 생산한 몇 건의 복사 및 재생산은 엄청난 양으로 확대 재생산돼 전 세계 온라인상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이번 동영상 확대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온라인 비디오 복사본을 너무나 쉽게 광범위하게 이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즉각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테런트가 이 영상을 생중계 하기 시작한 직후 바로 페이스북에 알려 수분만에 동영상은 삭제됐으나 그 수분의 짧은 시간은 확대 재생산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됐으며 특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어둠의 경로를 비롯해 주요 사이트에서 복사와 재편집으로 확산됐다.

복사본의 대부분은 영상을 본 시청자가 개인 카메라로 재촬영하거나, 원본을 짧게 편집해 재가공한 영상들이다. 문제의 영상이 퍼져 나간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계정을 삭제하고 AI 탐지시스템을 동원해 영상을 제거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퍼져 나가는 복사본을 전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시각적 유사성을 탐지해 부적절한 콘텐츠 업로드를 막는 AI 데이터베이스 공유 기법을 피하기 위해 1인칭 총격게임 영상물로 편집돼 게이머들의 대화 애플리케이션인 ‘디스코드(Discord)’에 올리는 방식으로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아울러 재생되는 화면을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다시 찍은 동영상 역시 탐지가 어렵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경우를 잡아내기 위해 오디오 기술을 동원 중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인 테런트는 극단주의 그룹이 선호하는 익명 메시지 커뮤니티 ‘8chan(8챈)’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민감한 내용의 동영상을 보관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파악해 모스크 공격 의도를 미리 공개하고, 선언문과 함께 자신의 생중계 링크를 업로드해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에 오래 남게 되는 상황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마크 워너 미 상원의원은 “이런 증오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고, 삭제 후에도 유튜브와 레딧 등을 통해 마구 증폭되는 게 현실”이라며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로이터 또한 “수년에 걸친 투자에도 불구하고 유혈 영상의 확산을 막는 것은 여전히 기술 기업의 주요 과제임을 알게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테러 사건에서 확인 됐듯이 부적절한 동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선 사용자들의 협조가 필수다.

18일 뉴질랜드 정부는 총격 사건 영상 유포를 범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를 경고했으며 범행 영상을 확산시킨 18세 소년을 기소했다. 이 남성은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의 사진에 `타깃 획득`이라는 메시지를 합성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image_alt%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월링턴 의회에서 모스크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해 기자 회견에서 언론과의 회견을 갖고 있다. (Hagen Hopkins/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