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선발과정에서 체력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소방학교 여성 졸업생을 둘러싼 과거 논란이 재조망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불거졌던 이슈다. 뉴욕 소방학교가 설립이래 처음으로 핵심테스트에 실패한 여성 훈련생을 소방관에 최종 합격시킨 사건이다.
훈련생 레베카 왁스(당시 33)는 핵심테스트인 ‘기능능력테스트’(FST)를 통과하지 못하고도 소방학교를 졸업했다.
FST는 소방관이 되는 필수관문으로 직무와 관련된 핵심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풀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제한된 산소량만 갖고 진행해야 한다.
뉴욕포스트는 뉴욕소방국 관계자를 인용해 “(왁스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도 소방학교를 졸업하는 최초의 인물”이라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뛰는 소방관들은 FST 미합격자를 소방관으로 채용하는 현실에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소방관은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자격을 100% 갖추지 못한 사람과 불길에 휩싸이라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 일은 팀워크가 생명인데 기준미달자가 포함되면 민간인과 팀원이 목숨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소방국 산하 소방관은 1만5백명으로 이중 여성소방관은 44명이다(2015년 기준).
소방학교 입학시에도 체력테스트를 하지만 FST는 이보다 훨씬 가혹한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 훈련생이 FST를 통과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왁스 외에도 소방학교에는 여성 훈련생이 2명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FST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소방학교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다른 훈련생 절반보다 뛰어났다”며 “소방서에 배속되면 동료들에게 실력으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소방관들도 왁스가 받은 ‘특혜’를 탐탁지 않아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한 소방관은 “현장의 여성 소방관들은 여자라고 특별대우를 받아서 남자들만 못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이룬 것이 폄하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욕소방국내 여성소방관 모임에서는 FST에 반대하며 여성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시험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FST에서 훈련생들은 50파운드(22.6kg)의 방화복을 입고 산소탱크로 호흡해야 한다.
테스트 과정에서는 계단을 6번 오르고, 소방호스를 끌어야 하며, 사다리를 오르고, 문을 부수고, 천장을 끌어내린다.
마지막에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터널을 모의 구조대상자를 끌고 제한시간 내에 통과해야 합격이다.
합격하려면 모든 코스를 17분 50초 이내에 완주해야 하지만, 왁스는 18주의 훈련기간 동안 완주기록은 딱 한 번이었고 그것도 22분을 넘겼다.
소방학교 관계자는 “왁스에겐 수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늘 동작이 느렸다”면서 “다른 훈련생은 완주하고도 산소탱크에 공기가 남았지만, 왁스는 산소탱크 공기를 다 마셔 중간에 나오곤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왁스가 다른 학업성취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FST 실패를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방당국의 결정은 여성단체의 ‘성차별’ 소송에 대한 우려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니엘 니그로(Daniel Nigro) 소방국장은 “성차별 소송에 대한 사전조치였다”라고 해명하면서 뉴욕시가 소수민족 차별로 소송을 당해 9천8백만 달러를 물어낸 사건을 언급했다.
왁스가 소방학교에 입학한 것도 탄원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2007년부터 소방학교에 지원해 매년 낙방하다가 연령제한(만29세)를 넘겼고, 2011년 연령상한은 만35세까지 올려달라는 탄원 끝에 입학에 성공했다.
뉴욕 소방학교는 연간 입학생이 350여명이며 이중 15명 정도가 탈락하거나 재교육을 받는다.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성차별’ 논란으로 소방관이 된 여성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여경 논란’에 대한 시사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