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에서 베냉으로 이동중 피랍”…’위험지역 여행 자제했어야’ 지적
프랑스인 피랍된 베냉 북부, 佛은 ‘여행금지’·韓은 ‘경보 없어’…적절성 논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붙잡혀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한국여성 A씨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설정한 부르키나파소 남부에서 피랍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A씨가 부르키나파소에서 남쪽에 있는 베냉으로 이동하던 중 ‘체크 포인트’ 인근에서 미국 여성과 함께 무장세력에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체크 포인트’는 국경 검문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A씨가 11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곧장 건강검진 등을 받고 안정을 취하느라 아직 주프랑스대사관이 직접 A씨를 상대로 납치 경위를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프랑스군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프랑스인 인질 2명과 함께 구출된 한국인과 미국인 여성이 무장세력에 28일간 억류돼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대로라면 A씨는 4월 중순께 피랍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인 인질 2명은 지난 1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북쪽에 있는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A씨를 비롯한 나머지 2명의 피랍 경위는 그간 확인되지 않아 왔다.
한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단계에서 부르키나파소는 원래 전역이 ‘철수권고'(적색경보) 지역이었지만, 2015년 6월 정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말리·니제르 접경인 북부 4개주를 제외하고는 ‘여행자제'(황색경보) 지역으로 하향 조정됐다.
A씨가 ‘여행자제’ 지역에서 피랍됐던 것으로 추정되면서 본인이 위험지역 여행에 있어 더 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군인 2명이 A씨를 비롯한 인질 4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무장세력과 교전 중 사망하면서 관련한 논란이 프랑스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A씨의 여행과 별개로 한국 정부가 해당 지역에 대해 보다 높은 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령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랑스 정부는 부르키나파소와 베냉의 접경 지역을 여행경보 4단계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여행금지’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베냉 국경과 접한 부르키나파소 남쪽 지역은 4단계 중 2단계인 ‘여행자제’ 지역으로 설정하고 있고, 프랑스인들이 피랍됐던 베냉 북부 지역에는 아예 여행경보가 발령돼 있지 않다. A씨는 프랑스인들이 피랍됐던 베냉 북부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으로 가려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과 프랑스의 여행경보 발령 단계가 다른 것에 대해 “부르키나파소나 베냉 등이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와 베냉에 대한 여행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A씨는 장기 해외여행 중이었던데다 가족들의 실종 신고도 없어 정부가 사전에 피랍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여행 중인 한국민 사건·사고는 ▲가족이나 주변 지인 등으로부터의 신고 ▲수사 및 정보기관의 첩보 ▲영사콜센터 및 공관 민원접수 ▲외신 모니터링 등의 4가지 방식으로 파악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납치사건의 경우, 4가지 방식 중 어느 것으로도 접수되지 않았으며, 납치세력으로부터도 요구사항 등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 가족들은 3월까지 간간이 연락이 닿던 A씨가 4월 이후 연락이 끊겨 궁금해했지만, 따로 실종 신고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