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의 묘가 2주 동안 두 차례나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BBC를 포함한 다수 언론 매체들이 “카를 마르크스의 묘비가 훼손됐다”는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마르크스의 묘가 안치된 ‘하이게이트 공동묘지’ 측이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사각형의 묘비에는 ‘증오의 교리’, ‘빈곤의 이념’, ‘볼셰비키 학살 기념비 : 1917―1953년 6600만 명 사망’ 등의 문구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사회주의자들의 순례지’로 불리는 하이게이트 공동묘지 측은 “바보 같고 무지한 짓”이라며 “마르크스의 유산을 어떻게 생각하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인의 정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 더 심각한 것은 약 2주 전인 2월 4일에도 마르크스의 묘비를 훼손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4일 당시에는 마르크스와 그의 가족들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 명판이 망치로 내려쳐진 채 발견된 바, 공동묘지 측은 “전문수리공에게 의뢰했지만 완벽하게 원상복구 될 수 없었다”며 범인이 검거되지 않는 한 제3·4의 훼손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마르크스의 묘비 훼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마르크스의 묘비는 꾸준히 테러의 대상이었다.
탄생 200주년을 맞은 작년에도 그의 묘비는 페인트로 뒤덮였고, 1970년에는 아예 흉상에 폭탄을 설치해 파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훼손이 일어나는 동안 범인이 잡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독일 태생인 마르크스는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을 세상에 내놓으며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다.
사유재산 폐지와 생산수단의 국유화, 그리고 ‘계급투쟁’을 주창하며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국적을 잃고 1850년 영국으로 입국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회주의의 아버지’인 마르크스는 얄궂게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장례식 당시 조문객은 불과 11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월이 흘러 그의 묘비는 사회주의자들의 성지가 됐다.
‘공산당의 아버지’ 마르크스 묘비 훼손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현실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인류에게 가한 고통을 생각하면 직간접 피해자들이 느낄 분노가 이해는 간다”면서도 “엄연히 마르크스를 사상적 아버지로 여기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세상이니 좀더 2019년 다운 항의 방식은 없었을까? “라며 대체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