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이유 모르고 여러가지 원인 복합적으로 작용 추정
뉴질랜드에서 고래가 해변으로 올라와 떼죽음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뉴질랜드 남부 스튜어트섬의 오지 해변에서 두 무리의 검은고래(pilot whale) 145마리가 떼죽음한 데 이어 나흘 뒤인 28일에는 호주 남동부 크로아진골롱 국립공원 해변에서 28마리의 고래가 죽은채 발견됐다.
30일에는 뉴질랜드 채텀 제도에서 다시 51마리가 해변으로 밀려와 한꺼번에 죽는 안타까운 장면이 이어졌다. 채텀 제도에서는 그나마 약 40마리는 다행히 바다로 돌아갔다.
뉴질랜드는 고래가 해변에 갇혀 떼죽음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작년 2월에는 416마리가 남섬 최북단 골든 베이의 페어웰 스핏에서 떼죽음했다. 이는 최근 수십년 사이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 것이지만 해마다 85~300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해변으로 올라와 한꺼번에 죽음을 맞고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해양생태 전문가들은 고래 떼죽음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고래 집단 내 질병부터 지형적 특성,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등 다양한 원인을 제기하며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플리머스대학 해양보존학 교수인 사이먼 잉그램 교수는 우선 “해변으로 떠밀려온 고래들은 아파서 먹질 못했거나 영양실조 상태로 지쳐있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면서 “병이 들어 생명의 마지막 단계이거나 바다에서 죽어 해변으로 밀려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성이 높은 고래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기 때문에 무리 전체가 특정 바이러스나 독성 조류(藻類)에 감염돼 질병에 걸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 집단 내에서 한 두 마리가 아프거나 방향을 잃는 등 문제가 생기면 수십, 수백마리 무리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스카이섬 해변에 떠밀려온 고래 30마리는 한 암컷 고래가 출산하는 데 문제가 생겨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한 것을 함께 따라나왔다가 같은 운명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래들이 원래 서식지를 벗어났다가 특정 해안이나 해저 지형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해변에 갇혔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잉그램 박사는 “뉴질랜드의 (뾰족하게 나와 있는) 돌출 해안은 고래의 떼죽음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면서 “반도나 곶과 같은 지형에서는 고래가 얕은 만 지역을 깊은 바다로 혼동할 수 있다”고 했다.
깊은 바다에서 사는 검은고래의 경우 음파로 길을 찾거나 서로 교신하기 때문에 얕은 바다에서는 특히 더 위험한 것으로 지적됐다.
스코틀랜드 해변에서 죽은 고래를 부검한 수의 병리학자 앤드루 브라운로우 박사는 “진흙으로 된 수심이 매우 얕은 해안가에서 (음파로) 반향위치 측정을 하는 것은 안개 낀 날 숲속을 걷는 것과 같다”면서 “방향을 잡고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지형적 특성으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맬 때 때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해변에 갇혀 떼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상승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뉴질랜드 매시대학의 해양포유류 과학자인 카렌 스토킨 박사는 “해수면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면서 “이는 (고래) 먹이가 이동하는 것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고래도 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이한 한 주를 보냈지만, 아직 바닥을 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해 전체가 특이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했다.
남반구인 뉴질랜드의 여름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 더 많은 고래의 떼죽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킨 박사는 고래의 떼죽음을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잉그램 박사를 비롯한 다른 전문가들은 고래의 떼죽음은 인간 활동과는 관련이 없는 것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