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구시보’가 격분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중국으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자 과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16일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사설을 통해 “악명 높은 미국 공화당의 반중성향 마르코 루비오와 릿 스콧 상원의원이 미국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15일, 현지시각) 공화당 루비오와 스콧 의원이 ‘대중 석유수출 금지법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루비오와 스콧 의원은 “기름값 폭등으로 국민 생활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주요 적국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루비오 의원은 “전국 기름값이 치솟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매일 50만 배럴의 석유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걸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지구 반 바퀴 떨어진 집단학살 정권에 석유를 보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스콧 의원실도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이 국내에서 휘발유 1갤런당 5달러를 지불하는데, 우리가 공산주의 중국에 계속 석유를 수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올해 1분기에만 5200만 배럴의 석유가 중국에 수출된 사실을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이를 “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혐오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대중 석유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 시작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식에 어긋나는 법안”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은 석유 생산을 장려해 에너지 자립을 이뤘으며 남아도는 석유를 수출하는 등 ‘에너지 황금시대’를 이뤘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린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180도 뒤집었다. 정부 땅에서 석유 시추도 금지했다.
‘외국인 혐오’ 혹은 ‘중국인 혐오’는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국 등 서방의 중국 견제에 반발할 때 항상 등장하는 용어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소수민족, 종교인에 대한 차별이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내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가 ‘외국인 혐오’를 자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유색인종 즉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과 연대를 이뤄 중국 공산당과 같은 편에 서게 하려는 열망이 담겨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거론했다. 신문은 중국 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을 인용해,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닥친 미국에서 11월 중간선거 재선을 노리는 루비오 의원이 자국민 불만을 민주당과 중국으로 돌리려 한다고 했다.
다만, 뤼 연구원은 대중 석유수출 금지법안이 왜 민주당으로 불만의 화살을 돌리려는 시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민주당과 중국을 같은 편에 세웠다.
뤼 연구원은 또 “미국이 베트남전 때보다 더 분열됐다”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발언도 전했다. 대표적인 친중·친공(親共)인사인 키신저는 지난 11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야당(공화당)이 바이든 정부를 적대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10일 전국 평균가격이 사상 첫 1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인 3달러 초반대와 비교하면 60% 이상 올랐다. 일반 미국인 가정에서는 아이들 식탁에 올릴 식료품과 자동차에 넣을 휘발유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해외로 수출된 미국의 원유·석유제품은 980만 배럴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포함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주요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줄이면서 미국의 원유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고 EIA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