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각) 임신 6개월(24주) 이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공식 폐기했다. 낙태 금지는 각 주(州)의 판단에 맡겨졌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6대 3의 표결로 합헌 판결했다. 이 판결로 미국 내 26개 주가 낙태를 금지하거나 관련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미시시피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인 ‘잭슨여성보건기구’의 헌법 소원에 따른 것이다. 이 단체는 미시시피주 법이 헌법상의 권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974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재검토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법관 9명 중 공화당이 임명한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을 비롯해 6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은 미시시피주 법이 합헌이라는 데 동의했다. 민주당이 임명한 진보성향 대법관 3명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앨리토 대법관은 공개된 다수의견에서 낙태가 헌법에서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라고 판단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앨리토 대법관은 “(이 판결은) 논리가 매우 약했고,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낙태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해결을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분열만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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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낙태를 금지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는 대법원이나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인 의회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수성향 대법관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합헌에 동의하면서도 별도 의견을 제출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해 진보성향 쪽에 서기도 하면서 중도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앨리토 대법관은 다수의견에서 낙태에 대해 “미국인들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며 “심오한 도덕적 물음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임신하면서 인간이 생명을 얻게 되며,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끝내는 일이라고 열렬하게 믿고 있다”며 “반면, 다른 사람들은 낙태에 관한 어떠한 규제도 여성의 자기 신체 통제권을 침해하고 완전한 성평등을 이루는 것을 막는다고 강하게 느낀다”고 썼다.
그러면서 “제3의 사람들은 낙태의 전면 금지보다는 상황에 따라 허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세부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진보성향의 대법관 3인은 다수의견을 비판했다.
스테판 브라이어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난자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여성은 말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주 정부는 개인이나 가족에게 매우 큰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임신을 유지하라고 강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