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서 논란 많던 ‘구걸 제재법’ 14년 만에 폐지

“구걸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미국 시카고 시가 오랜 논란이 돼온 길거리 구걸 제재법을 폐지했다. “구걸행위 제재는 기본권 침해”라며 긴 법정 투쟁을 벌여온 이들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시카고 언론은 7일(현지시간) 시카고 시의회가 지난달 14일 구걸 금지 조례에 대해 폐지 결정을 내리고 최근 노숙자와 빈민 권리 옹호단체 등에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해당 조례에 대해 ‘조용히’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시카고 법무당국은 이에 대해 “구걸 제재 조항이 필수불가결하지 않고, 다른 조례들을 통해서도 공공 안전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카고 시는 2004년부터 강압적 구걸 행위(pushy panhandling)를 법으로 금지해왔다. 구걸 상대와의 접촉 시도, 따라가거나 길을 막는 행위, 불건전한 언어사용 등도 제재 대상이 됐다.

이에 걸인들은 구걸 행위가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며 끊임 없는 소송으로 맞서왔다.

일부는 “시카고 시가 도심 번화가 미화를 목적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을 경찰력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시카고 노숙자 연합(CCH)과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 일리노이 지부, 노숙자와 빈민을 위한 전미 법센터(NLCHP) 등 권리 옹호단체들은 “차별적이고 위헌적인 지자체 조례는 폐지돼야 한다”며 캠페인을 벌였다.

시카고 노숙자 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다이앤 오코넬 변호사는 “시카고 시가 구걸 제재 조례를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 집행해왔다”며 “법 폐지 결정은 생계를 구걸에 의존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중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수백명의 노숙자들이 단지 구걸했다는 이유로 지불할 능력도 없는 벌금 통지를 받거나 체포됐다”며 “‘누구든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헌법상 권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LU는 2015년 이후 미국 55개 도시가 법원 명령에 따라 구걸 제재법을 폐지하거나 일부 법 조항을 무효화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