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코로나19 확산 당시 지방 정치인에 서한
美 정부에 대중국 방역조치 철폐 ‘대리요구’ 시도
지난 2020년 2월 말, 미국에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이 가열되고 있을 무렵, 위스콘신주 의회 로저 로스 상원의장에게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시카고 주재 중국 영사관의 우팅이라는 여성이 보낸 서한이었다.
우팅은 로스 의장에게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를 포함하여 코로나바이러스 통제를 위해 전례 없이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며 신종 코로나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지원하는 결의안 통과를 도와줄 것을 로스 의장에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참고용”이라며 직접 작성한 결의안 초안을 첨부했다. 이 결의안에는 중국 영사관이 무역, 농업 등 위스콘신주와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으며, 곧 “관계 진전을 논의하려 위스콘신을 방문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로스 의장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결의안 초안에 대해 “중국의 코로나 대응이 투명했다고 자화자찬했다”며 “이건 농담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사관 공식 계정이 아닌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보낸 것이기에 지워버리고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같은 메일이 여러 차례 도착하자, 로스 의원은 정부 소식통을 통해 중국 영사관 직원들이 미국의 관리들에게 뭔가를 요청할 때, 일상적으로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울러 우팅이 시카고 주재 중국 총영사의 부인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로스 의장은 농담 같았던 이메일이 총영사의 ‘공식 요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매우 분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정중하게 ‘너츠(nuts)’라고 써서 답장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너츠는 땅콩 등 견과류를 뜻하지만 ‘엿먹어라’는 욕설로도 쓰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 포위돼 위기에 처한 미 육군 준장 안소니 매컬리프가 항복을 권유하는 독일군 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 적힌 한 마디로도 유명하다.
로스 의장은 또한 결의안도 작성했다. 하지만 중국영사관 요구와는 정반대 내용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우한 바이러스 발병을 은폐하고 있음을 규탄하는 결의안이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체험한 사건이었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의 위협에 대해 그렇게 피부로 느끼지는 못할 것이지만, 그들은 우리 지역에까지 검은 손길을 뻗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국 정부는 물론 지방 당국이나 의회, 지역 정치인들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영사관은 미국 동북부 위스콘신주의 로스 의장에게 ‘요청’ 형식의 압력을 가하는 사이, 서부 유타주 의회 의원들에게도 비슷한 요청을 하고 있었다. ‘연대’, ‘친선’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우호 협력’ 결의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유타주가 중국 랴오닝성과 맺은 14년간의 경제·문화적 결연 관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유타주 정치인들은 이를 수용했다. 유타주 의회는 지난 2020년 2월 25일 코로나19와 관련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서는 “불필요하게 국제 여행과 무역을 방해하고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하는 방역 조치를 철폐할 것”을 연방정부에 촉구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고 있었다. 중국 정권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격렬히 비난했고 일부 미국 언론도 편승했으나, 결국 전 세계가 자국 보호를 위해 같은 정책을 채택했다.
로스 의원은 “유타주 같은 지방정부들은 이런 결의안을 통과시키고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들이 중국의 노리개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코로나19의 미국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중국 영사관의 ‘요청’을 받아들인 지방정부나 의회는 “방역 조치를 철회하라”며 중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장기말이 된 셈이다.
에포크타임스는 해당 결의안을 발의한 유타주 상원 제이콥 안데레그 의원에게 논평을 요청하려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답을 받지는 못했다. 하원에서 같은 결의안을 발의한 에릭 허칭스 의원에게도 이메일을 발송했지만 수신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 조지아주 상원은 조지아주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사이의 특별한 우정’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 통과 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 차이웨이가 조지아주 상원 의원들 앞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찬양하는 연설을 했다.
당시 의원들은 차이웨이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5개월 뒤 휴스턴 중국 영사관은 미 국무부에 의해 폐쇄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중국 영사관을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도용의 거점”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