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포쿵(陈破空) / 중국문제 전문가
이달 5일 여러 해의 담판 끝에 마침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12개국이 서명했다. 서명국은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의 12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는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한다. 이밖에 한국, 타이완, 필리핀, 태국, 콜롬비아에서도 TPP 가입 의사를 밝혔다. 다시 말해 TPP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소식에 중국 정부와 민간은 큰 충격을 받았고, 여론은 들끓었다. 이어 TPP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를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내용도 함께 전해졌다. 그 하나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의 “TPP는 미국으로 말하면 ‘경제 항공모함’ 한 척을 더 보탠 것과도 같다”라는 발언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과 같은 국가가 세계 경제 규칙을 쓰게 허락할 수는 없다”는 발언이었다. 오바마는 “중국과 같은 국가”라며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중국과 같은 불량 국가”였을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TPP가 중국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중국을 피해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미국은 이를 계기로 베이징이 정도(正道)를 걷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베이징은 사도(邪道)를 떠나지 않았고 갈수록 더욱 사악해졌다.
세계 경제의 급행열차에 오른 후, 중공은 교활한 수단으로 자기 이익을 챙기고, 기회를 보아 교묘한 방법으로 남의 것을 슬쩍 가져가거나 완력으로 빼앗는 등 온갖 파렴치한 전술과 비법을 최대한 발휘해 곳곳에서 타국의 이익을 해쳤고, 타국의 재산을 뺏어오면서 이를 또 능력이라고 여겼다. 이를테면 국영기업을 보조하고, 공장을 세우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종하고, 공사 입찰 공고를 조종하고, 지적 재산권을 훔치고, 관세 장벽을 높이 쌓고, 고의로 염가 경쟁을 하고, 위조 상품을 판매하고…… 못하는 짓이란 없어 무법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어온 것은 중국 경제의 비약과 공직사회의 부패였다. 돈이 많아지자 적색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활개 치며 으스대는 벼락부자로 변모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15년 동안, WTO에는 소송사건이 급증했는데 그 중 절대다수의 소송사건은 모두 중국 때문에 일어났고, 거의 모든 사건에서 중국은 패소했다. 그러나 WTO에는 엄격한 제재장치가 없어 위반자에게 위반 행위를 멈추고 배상하라고 판결내릴 수 있을 뿐 어떤 강제나 소급 조치도 없었다. 중국은 여러 번 규정을 어겼고, 여러 차례 패소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 적은 없었다. 이를 믿고 중공은 두려워함이 없었다.
중공은 마치 들소가 사기그릇 상점에 뛰어든 것과 같이 세계 경제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다른 국가에서는 이를 보면서도 속으로 분노를 삭여야 했다. 중국속담에 “건드리지 못하면 피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작은 국가인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는 중국의 위해성을 통감하고, 가장 먼저 WTO를 이탈하여 더 높은 기준과 실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을 구상했다. 그 후 미국이 가입했고, 이어 더욱 많은 아태 국가가 가입해 나중에는 12개 국가로 형성된 TPP를 체결, ‘녹색 장벽’(농산물 수입규제)을 쌓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중국을 문전박대하게 됐다.
이런 ‘녹색 장벽’은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유통을 포함해 국영기업을 제한하고 환경안전을 보증하며, 노동자의 권익과 지적 재산권, 화폐 자유와 정보자유를 실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어느 한 항목이든 중국에 적용된다면 공산당의 절대 권력이 손상받고 그들의 기득권이 침해당할 것이다. 중공은 강권 통치를 유지하는 4대 기둥, 즉 일당독재(국가통제)·군대(무력통제)·국영기업(경제통제)·언론과 네트워크(정보통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자업자득한 중국은 무슨 원망할 것이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15년 동안의 경제 약탈은 마땅히 대가를 지급할 때가 된 것이다. 이치에 따르면,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반성과 사색이지 초조와 격노가 아니다.
그러나 환구시보(环球时报)를 주축으로 하는 극좌 여론은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불손한 말을 하며, 적반하장으로 계속 중국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TPP가) 정식으로 효력을 발생하려면 아직 이르다”, “(중국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중국이 빠지면 손해일 것”이라며 TPP의 영향력을 애써 축소 보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은) 능히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선조들에게는 진작 답안이 있었다”, “타인은 우리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 심리상태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다가 혼자가 되면 중얼거리고,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고, 더 나아가서는 아큐(아Q) 정신이 되어버리는 등 온갖 것이 다 있다.(아Q 정신 : 현실의 무기력을 정신 속에서만 이겨나가는 것)
TPP가 타결된 후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자유, 민주, 인권과 법치 등 공동 가치관을 누리는 나라와 함께 연합했다”, “만약 중국이 이 체계에 가입할 수 있다면, 일본의 안전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큰 보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중국이 자유, 민주, 인권과 법치국가로 개혁되어 TPP에 가입할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우호적인 문명국으로서 아시아와 세계를 더 안전하게 변하게 하리라는 것이다.
중공은 미·일 등 각국이 중국을 봉쇄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중국을 돕는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더 정확히는 직접 중국 국민을 도와주는 것이다. 많은 중국인은 TPP가 일종의 ‘부도장치’로서 중국을 강제로 변화시켜 문명 세계의 궤도를 타도록 만드는 것임을 인식했다. 중국에서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양대 무릇’ 법칙이 형성됀지 반세기가 넘었다. ‘무릇’ 중국 정부에 유리하면 중국 국민에게 불리하고, ‘무릇’ 중국 정부에 불리하면 중국 국민에게 유리하다. 중국 국민을 주어로 놓아도 마찬가지다. TPP 성립은 이러한 법칙에 재차 부합한다.
미·일 등 국가의 고뇌 역시 중국 정부 내부의 개혁파(만약 아직도 ‘개혁파’가 존재한다면)를 도와주려는 데 있다. 사실 1898년의 무술변법(戊戌变法)으로부터 시작해 1989년의 톈안먼 사건에 이르기까지, 21세기에 이른 오늘날 최근 백여 년 동안 중국 정부에 대한 서양국가의 태도는 개혁파를 고무하고 보수파를 억제하며, 중국이 낙후에서 벗어나 문명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것이었다. 만약 어떤 중국인이 늘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심리상태로 서양을 대한다면 서양의 고뇌와 선의를 그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TPP의 미래가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진정한 효력을 발휘하려면 아직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다. 그 관전 포인트 하나는 베트남이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산당이 통치하는 베트남이 TPP 가입에 대해 어떤 승낙을 했는지 아직 외부는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만약 베트남이 중국이 WTO를 대처하는 것처럼 틈을 타려 하고,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등 수단으로 TPP를 대처하며, 좋은 점만 얻으려 하고 책임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면, TPP에 대해서는 적잖은 파국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TPP의 규칙을 파괴해 성과와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베트남이 TPP 가입으로 개혁에 성공하고 인권과 법치를 존중하는 참신한 국가로 성장한다면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다.
그때가 되면 중공이 느끼는 난처함과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 중국에는 두 가지 선택만 있을 뿐이다. 개혁을 해 문명 세계의 대열에 합류하든지 아니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문호를 닫아걸고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국가로 전락하든지 하는 것이다.
출처=자유아시아방송(R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