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경우, 20대들은 스스로를 ‘선택장애(결정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표현한다. 장애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매우 부정적인 의미 같지만, 20대들은 단순히 ‘점심에 뭐 먹지?’라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선택장애’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저 일상의 용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에 `대학내일20대 연구소`에서는 전국 20대 남녀 대학생 397명을 대상으로 선택 고민과정에서 그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확인해 보았다.
20대 44.6% ‘선택장애’ 단어 부정적으로 인식
20대 대학생 중 36.5%는 ‘선택장애’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4.5%)가 부정적 어감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도 공감하였다. 특히, 남대생의 절반 이상(51.5%)이 부정적으로 생각해 여대생(34.4%)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선택장애’라는 말을 쓸 만큼 고민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선택장애’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원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34.8%), ‘선택하고 후회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23.4%),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21.4%)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에’는 10.1%에 불과했다.
선택이 가장 어려운 순간은 ‘점심 메뉴 고를 때’
일상 속에서 ‘선택장애’를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먼저 선택이 가장 어려운 순간을 묻는 질문에 ‘점심 메뉴를 고를 때’가 51.4%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이어서 ‘의류를 구입할 때’ 18.9%, ‘중요한 날 아침 옷을 고를 때’ 16.1%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53.1%가 ‘중요한 날 아침 옷을 고를 때’를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 질문에는 가장 어려운 순간과 마찬가지로 ‘점심 메뉴를 고를 때’가 40.1%로 1위를 차지했다. 메뉴 선택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자 가장 즐거운 순간인 것이다.
최종 선택 시 타인 의견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는 12.9% 불과
선택 고민과정에서 20대 대학생들의 45.6%는 타인으로부터 의견 및 조언을 얻는다고 응답하였고,그 중 대다수(65.7%)는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13.3%), 블로그(10.1%), 페이스북/인스타그램(7.8%) 등 온라인 채널의 의존도는 생각보다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의견 그대로를 해결책으로 선택한 비율은 12.9%에 그쳤고, 절반 이상(54.2%)의 대학생들은 ‘이것저것 따져보고 스스로 결정한다’고 응답하였다.
타인의 조언을 구하는 이유는 ‘필요해서’가 아닌 ‘동의를 원하기 때문’
결정 과정에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의존도 및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고민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타인의 의견을 묻는 그룹’(3.24점)이 ‘의견을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그룹’(3.05점)에 비해 고민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의견을 구하는 이유에 따라 비교해 보니 ‘내 의견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한 그룹’의 즐거움이 3.31점으로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그룹’의 즐거움 3.19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본 조사를 진행한 `대학내일20대 연구소` 김영기 수석연구원은 “선택장애라고 부를 만큼 실제 20대들이 선택 과정을 어렵게 생각하는지, 그런 모습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궁금했다”며 “그러나20대들은 ‘선택장애’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하는 즐거움의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 결정을 한다. 즉,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요즘 20대 언어로 `답정너`에 가까운 마음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NTD Korea 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