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까지 상품화? 쪽방촌 체험료 1만원

[www.ntdtv.co.kr 2015-07-13]

인천 동구청이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에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 시설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곳은 김중미씨의 소설 `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의 배경이 된 지역으로, 6•25전쟁 직후부터 피란민들이 허름한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며 만들어진 쪽방촌이다. 쪽방이란 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을말한다보통 3㎡ 전후의 작은 으로 보증금 없이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네이버 국어사전)

동구청은 최근 진행 중인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이곳의 모습도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자는 측면에서 옛 생활 체험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주민들이 모임 장소 등으로 쓰고 있는 2층짜리 주택의 일부를 고쳐 37㎡ 넓이의 숙박시설을 만들고, 이곳에 흑백 TV•요강•다듬이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생활물품들을 갖춰놓기로 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1만원을 내면 하루를 잘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이런 내용의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가 입법 예고됐고, 오는 17일 의회 본회의 심의에서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구청이 가난을 상품화해서 쪽방촌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요즘 들어 외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집 안을 기웃거리는 일이 많아 다툼도 생긴다”며 “가난하게 살면 아무렇게나 막 대해도 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한 주민은 “지난 5월 어린이날에 유치원 버스 4대가 마을에 와서 아이들이 구경을 했다. 한 아이가 지나가면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공부 안 하면 이런 데서 살아야 한대’라고 말하더라. 낯 뜨거워 혼났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 있는 공부방 `기찻길옆 작은학교`의 상근교사 임종연씨도 “구청이 이곳을 일반 시민들의 체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체험을 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 160여명은 지난 8일 체험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구와 구의회에 제출했다. 괭이부리마을에는 현재 360여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이 중 230가구 300여명이 쪽방 주민이다. 쪽방 거주자들은 공동 화장실을 쓰고 있으며, 건물이 낡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인근에 먼저 생긴 달동네박물관과 연계해 사람들이 체험코스로 이용하도록 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의회는 13일 조례심사특별위원회를 거쳐 17일 본회의에서 이 조례안에 대해 심의한다. 구는 조례안이 통과하면 다음 달부터 체험관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흥수 동구청장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거환경개선 우수 사례로 선정한 곳인 만큼 국•시비 매칭사업으로 2억 원 가량을 투입해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NTD Korea 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