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중국경제, 반부패, 한국 (한)

 

[www.ntdtv.co.kr   2015-04-03]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이 3월 31일 기준 총 46개국이 되었다. 타이완도 신청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중 30개국은 창립회원국이 되었고 우리나라 등 16개국은 가입신청 상태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 은행의 지분 분배는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를 것이라 보도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중국이 최대 지분국이 될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 중에 실크로드 경제권과 해상실크로드 경제권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 후 2014년 4월에 AIIB 설립 구상을 제기, 10월에 21개국과 창설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어서 11월 시진핑 주석은 실크로드기금 설립을 선포하고 이어서 한중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소위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대일로란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란 뜻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육로와 해로 양면에서 거대한 경제블록으로 묶겠다는 프로젝트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개념만으로 본다면, 바로 유라시아에 거대한 개발 붐을 일으키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국제사회는 자연스럽게 그 재정의 원천은 AIIB라고 받아들인다.

 

 

한 국가의 통치자가 거시적 경제 비전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행보다. 그리고 그 비전이 현실성이 있어 보일수록 그 지도자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평가는 상승한다. 과거부터 국내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교력을 발휘한 사례는 매우 많다. 국제사회의 인정에 기대어 국내를 장악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외교력에 있어서 무역, 개발, 환율 등 국제적 경제활동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미국은 선진국들이 AIIB에 가입하는 것을 만류해 왔다.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미국 주도의 다국간 제도에 (중국이) 도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AIIB에 불참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던 시츠 미 재무차관은 유화적인 태도로, “국제금융질서를 강화하는 새로운 다국간 기구는 환영한다”고 하면서, AIIB는 “세계은행 등과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세계은행 이사 등 미국의 입김이 강한 국제금융기관의 리더들도 AIIB와의 협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22일)

 

 

최근 중국 왕치산 중기위 서기가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왕치산의 방미는 표면적으로는 해외도주 경제사범 체포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중국내 정세에 관해 미국 정부와 광범위한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제사회는 시진핑의 반부패와 장쩌민의 반격으로 분열된 중국 정국에서 오바마 정부가 이미 시진핑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시진핑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면, AIIB와 기존의 국제 금융기관들의 협력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유라시아 개발 프로젝트로 중국과 세계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에 자금을 대는 것이 AIIB와 국제금융기관들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프로젝트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이다.

 

 

중국 경제를 몸살 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생산시설 과잉이다. 넘쳐나는 생산품, 특히 철강등 원자재들이 수출도 내수도 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재고들을 반값에 팔라고 해도 어쩌면 감지덕지일 수 있다. 결국 유라시아 개발 프로젝트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반값이 아니라 짭짤한 수익을 남기면서 공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AIIB의 설립은 실제로 중국에 쌓인 재고 원자재를 소모하려는 계획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만일 중국주도의 AIIB 홀로 유라시아 개발 프로젝트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자본주의에 지극히 서툰 중국의 주도하에서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실 예로 2006년 후진타오는 아프리카의 백억 달러 부채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말로는 경제개발을 도와준다고 하지만 중공은 도무지 자본주의와 경제성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오랜 기간 경험을 누적한 국제 금융기관들의 프로젝트 감독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AIIB 설립이 시진핑의 의도, 미국의 이익, 국제경제의 활성화, 그리고 한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특히 공산당 독재라는 터무니없는 정치제도가 해체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중국 공산당의 해체는 북한의 민주화 및 남북통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