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웨이가 미국 정부 상대로 소송 진행하는 진짜 이유

화웨이, 중국공산당내 극단적인 반시진핑 보수세력과 결탁
‘애국주의’ 자극, 미중무역 방해해 시진핑에 부담주려는 속내
민족기업 표방하지만, 멍완저우는 여권만 8개..편법 특권층
기업 성장과정에는 자국 국민 감시체계 구축 주도한 흑역사

화웨이는 지난 7일 미국 텍사스 연방 지법에 미국 정부를 제소했다. 화웨이는 소장(訴狀)에서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규정한 미국 국방수권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 미국 국회의원, 논평가들은 대부분 화웨이가 제기한 이 소송이 승산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화웨이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미·중 무역협상 훼방 놓기

지난 1년간 미·중 무역전쟁은 시진핑 당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극단적 보수 세력은 미·중 무역협정 체결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무역협상을 둘러싸고 내부에서는 첨예하고 치열한 박빙의 승부가 이어져 온 것이다.

2018년 12월 1일의 ‘미·중 정상회담’은 이 힘겨루기의 전환점이 됐다. 시 주석은 중대한 양보를 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협정 기한을 90일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시진핑이 2019년에 직면한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있어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성사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것이 지난해 12월 1일 시진핑이 화웨이의 CFO인 멍완저우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실을 알면서도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다.

이후 무역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시 주석과 트럼프는 무역협상과 멍완저우 사건을 분리했다. 이 사건이 양국 간 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아서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은 4차례의 팽팽한 협상 끝에 이제 합의점에 거의 다다랐다. 하지만, 이때가 고비다.

바로 이 결정적인 대목에서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미국에 맞섰다.

화웨이는 전 세계 최대의 통신설비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왜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할 수 없는지, 그리고 화웨이가 어떻게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했는지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또한 미국이 화웨이 제품 구매를 금지한 마당에 굳이 무역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일관되게 ‘늑대 문화’를 내세웠다. 늑대 본성이 크게 발작하면 사람을 물게 된다. 네가 나를 못살게 굴면 나도 너를 물겠다는 태도다.

화웨이를 배후에서 지지하는 중국 공산당의 극단적 보수 세력이 의도적으로 무역협상에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 캡처

중국 당국, 화웨이 위해 반미 선동

반미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 세뇌된 일부 중국 민중들에게 여전히 매력 있는 소재다. 그들은 1949년 정권을 잡은 이래 줄곧 미국을 반대해 왔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외 적대 세력’을 자주 언급하며 미국을 최대의 적대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마오쩌둥은 수십 년 동안 미국에 도전하면서 많은 중국인의 마음속에 이 개념을 깊이 각인시켰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가 가장 숭배하는 사람이 마오쩌둥이다.

미국인의 도움 없이는 오늘의 화웨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화웨이의 성장은 미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만, 런정페이 뼛속에는 반미 감정이 줄곧 존재해 왔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지 9일째 되는 날 위쳇 아이디 ‘21세기 사진기사’는 런정페이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런정페이가 노호(怒號)한다! 투항하지 않는다! 망국노가 되지 않겠다!’는 글이 쓰여있다. 이는 런정페이가 화웨이 내부에서 한 연설이라고 한다.

런정페이는 “화웨이 회사 전체가 함성을 지르니, 아무도 두렵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 일어설 능력이 있고 망국노가 되지 않겠다” “미국과 겨룬다. 이제는 총을 들고 말을 타고 전쟁터에 나갈 때가 됐다”며 현장에 있던 직원들을 선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들은 중국 내 일부 ‘애국 펀칭(憤靑‧분노한 청년)’들의 생각에 매우 잘 맞는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후 런정페이는 한동안은 비교적 몸을 낮추었다. 지난 1월 15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는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화웨이는 단지 미·중 무역 마찰 중의 작은 깨알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서자 그는 광기를 드러냈다. 1월 17일 중국 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쏟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5G는 화웨이가 가장 잘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 구미는 사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지 않으면 어리석다.”

2월 1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세계는 화웨이를 떠날 수 없고 미국도 화웨이를 죽일 수 없다”며 “미국이 멍완저우를 체포하는 데는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했다.

현재 화웨이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언동은 중국 내의 일부 ‘애국 펀칭’의 입맛에 잘 맞는다. 화웨이의 이런 행보는 이들의 구매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화웨이의 내막을 알게 된다면, 이 선전 효과는 크게 떨어질지도 모른다. 중국 공산당의 독재자 장쩌민(江澤民)의 전폭적인 지지로 발전한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감시와 탄압, 박해를 돕는 중요한 협력자다.

‘금순공정’에서부터 ‘톈왕공정’ ‘쉐량공정’ ‘평안도시’ 등 영상감시시스템, 만리방화벽에 이르기까지 화웨이가 핵심 역할을 했다.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 공안‧검사‧법원‧사법 기관이 중국 민중을 박해하는 데 사용하는 통신장비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화웨이폰도 민중을 감시하는 도구다.

2015~2018년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휴대전화 3억6000만 대를 팔았다. 이들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 생활 정보는 모두 중국 공산당의 감시하에 있다.

또한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는 여권을 8개나 가지고 있으며, 캐나다에는 두 곳에 대저택이 있으며 캐나다 영주권도 있다. 그녀가 위임한 변호사는 전부 서양인이고, 그녀가 고용한 보안관도 전부 서양인이다. 그리고 그녀의 네 아이는 모두 외국에 있다. 런정페이가 진정 애국자인가? 멍완저우는 또 어떤가?

화웨이, 미국에 맞서고 영국에 손 내밀어

지난해부터 화웨이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포위됐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나라로, 덩치가 크고 실력이 가장 강하며 영향력이 가장 크다.

미국의 호소는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비록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서 잇따라 좌절당해 더는 큰 성과를 거둘 여지가 없지만, ‘지금 이때 공개적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미국의 압력을 견뎌낸다면 동쪽이 밝지 않으면 서쪽이 밝고, 남쪽이 어두우면 북쪽이 있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듯하다.

화웨이는 미국의 동맹을 끊임없이 분화, 와해했다. 예컨대 런정페이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아 우리는 영국으로 옮겨가서 더욱더 대규모로 투자할 것이다. 영국을 여전히 신뢰한다”고 했다.

이참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 명예를 지키고, 5G 프로그램을 계속 확장하기 위해 영국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화웨이가 미국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도 화웨이의 92개 핵심 공급 업체 가운데 외국 기업이 3분의 2가량(미국 33개, 일본 11개, 대만 10개, 독일 4개, 스위스‧한국‧홍콩 각 2개, 네덜란드‧프랑스‧싱가포르 각 1개) 차지한다.

멍완저우가 미국에 인도돼 재판을 받게 되고,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경우 미국 편에 서는 나라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미국의 의지, 어느 때보다 강력

지난 1월 28일, 휘터커 법무장관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화웨이를 23가지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미 상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연방수사국 국장 등 많은 고위 관리가 배석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융 사기, 기술 절취, T모바일 영업기밀 탈취 공모 등 13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됐다.

캐나다 사법부는 지난 1일 멍완저우에 대한 신병 인도 절차에 착수했다. 멍완저우는 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심리에 출석했다. 다음 심리는 5월 8일 열린다.

런정페이의 딸이자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는 화웨이에서 25년간 근무해 화웨이의 핵심 비밀을 많이 알고 있다.

어떻게 딸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할지, 화웨이의 핵심 비밀을 어떻게 지켜나갈지는 런정페이가 매일 궁리할 일이다. 최근 런정페이가 국내외에서 일련의 조치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월 7일 화웨이가 미국 정부를 고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런정페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멍완저우에게는 약간의 위안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에는 실질적인 작용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법치국가다. 미국은 캐나다에 멍완저우 체포를 요청하고, 화웨이와 멍완저우를 제소한 것은 일시적인 결정이 아니라 장기간 준비하고 치밀하게 조사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뒤에 취한 조치다.

화웨이 기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이는 법치에 대한 우리의 존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자들과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어물쩍 넘어가지 못하고 범죄 행위는 무시되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기업가들은, 상대방이 얼마나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지에 상관없이, 범죄자들로부터 침범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법부의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이 점을 밝혔고, 사안의 진전에 따라 이 점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런정페이가 미국 정부를 기소한 효과는 오히려 미국이 멍완저우를 미국에 인도해 더 확고하게 재판을 받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화웨이는 중국공산당 내 극단적인 보수세력의 일부

화웨이의 이번 제소는 화웨이 배후에 있는 중국 공산당의 극단적 보수 세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잠시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더 크게 패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줄곧 인정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더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깊이 있게 협력해 온 것으로 보나 중국공산당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화웨이를 지지한 것으로 보나 화웨이가 중국공산당의 극단적 보수 세력의 일부임은 분명하다.

무슨 근거로 멍완저우는 여권을 8개나 가지고 있는가? 이는 특권의 상징이며, 권세 있는 가문의 자녀들이 제멋대로 중국 헌법과 법률을 짓밟을 수 있다는 중요한 증표다.

그녀의 지위는 13억 중국인 절대다수의 그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불평등하다. 그런 그녀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유롭고 공평한 시장경제 규칙에 따라 거래를 할 수 있을까?

멍완저우를 체포하고 화웨이를 국제적으로 포위한 것은 런정페이가 지난 수십 년간 중공을 도와 나쁜 짓을 한 당연한 결과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후, 화웨이가 한 많은 나쁜 일들이 국제적으로 드러났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를 기소함에 따라 화웨이의 추악한 일, 나쁜 일, 이상한 일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조지워싱턴대 미국헌법 교수 조너선 테리의 말을 빌리자면 화웨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화웨이가 미국을 제소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악수(惡手)에 이어 또 악수를 둔 형국으로, 궁지에 몰려 죽기 살기로 덤비다가 오히려 자신의 깡패 본모습을 노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왕여우췬(王友群)

 

 

정치평론가 왕여우췬(王友群)은 중국 공산당 권력수뇌부인 중앙정치국 소속 웨이젠싱(尉健行) 전 상무위원의 원고를 담당했던 인물로서 중국의 권력판도와 사건사고의 내막을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