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이게 왜?” 생방송 도중 공산당 ‘역린’ 건드려버린 중국 립스틱 오빠

By 에포크타임스

중국 최고의 뷰티 왕훙(網紅·인터넷 스타) 리자치(李佳琦·30)가 톈안먼 33주년을 맞아 강화된 검열에 된서리를 맞았다.

‘립스틱 바르는 오빠’로 불리며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화장품 하루 매출이 108억 위안(1조8천억원)을 기록한 리자치는 지난 3일 라이브 방송이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이날 방송 중 미국 식품회사 나비스코의 오레오 쿠키를 판매하던 리자치는 오레오로 만든 탱크 모양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선보였다. 그 직후 방송이 아무런 이유 없이 끊긴 것이다.

리자치는 생방송이 중단되자 자신의 웨이보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 급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오늘 밤은 장비 고장으로 생방송을 계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일요일(5일) 예정했던 방송도 같은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했다.

방송 직후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그의 생방송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유를 궁금해하는 팬들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톈안먼과 관련한 당국의 검열 조치가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이들은 톈안먼이라는 단어 대신 이를 암시하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톈안먼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 내성의 남문이다. 앞쪽에는 톈안먼 광장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광장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1989년 6월 4일 톈안먼 광장에서 발생한 ‘톈안먼 학살’ 사건을 가리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3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건을 암시하는 89, 64 등은 공개적인 자리는 물론 사석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금기어다.

또한 사건 당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투입되던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탱크 행렬의 앞길을 맨몸으로 막은 일명 ‘탱크맨’을 연상시키는 단어·영상·이미지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촛불도 검열 대상에 올랐다.

한 중국인 남성이 베이징 장안대로에 진입하는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이 남성은 ‘탱크맨’으로 불리며 천안문 사태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1989.6.5. | AP통신=연합뉴스

“내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문구도 검열이 됐다. 이 문구는 영국 BBC가 2019년 제작한 톈안먼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한 베이징의 한 대학생이 했던 말이다.

1989년 당시 자전거를 타고 톈안먼 광장으로 향하던 한 대학생은 외국인 기자가 “어디 가냐”고 묻자 “시위하러 간다, 톈안먼 광장에”라고 답했다.

이어 “왜 가느냐”는 질문에 이 대학생은 “내 의무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후 “(그건) 내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네티즌들이 톈안먼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적인 문구가 됐다.

해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는 공산당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톈안먼 학살에 대해 잘 모르는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톈안먼 학살에 대해 알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리자치는 웨이보(微博), 샤오홍슈(小红书) 등에 2천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초대형 인플루언서다. 1년 수입이 200억 원이 넘는 등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리자치의 방송이 급작스럽게 중단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 이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 인해 톈안먼 학살에 대해 몰랐던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톈안먼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중국계 트위터 이용자는 “리자치에게 감사한다.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너무 민감하게 나온 까닭에 어린 세대가 1989년 6월 4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됐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리자치 덕분에 탱크맨은 정말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감추려 할수록 오히려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라고 중국 당국의 검열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