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가 두 달 가까이 잠갔던 빗장을 풀고 단계적 봉쇄 완화에 돌입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쐰 시민은 반가운 심정을 밝혔지만, 이를 생중계 하던 기자는 슬그머니 마이크를 치웠다. 하지만 우렁찬 목소리는 그대로 전파를 탔다.
22일 상하이시 당국은 상하이 지하철 18개 노선 중 4개, 버스 노선 1만6천개 중 273개의 운영을 재개했다. 탑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48시간 이내 발급된 음성 진단 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며 체온 검사를 통과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상하이 관영매체 상하이라디오 취재진은 직접 지하철 3호선에 탑승해, 객차 내 승객들을 대상으로 생중계 인터뷰를 시도했다. 단계적 봉쇄 해제와 대중교통 재개를 반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밝은 그림’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러 시민의 소감을 전하던 중 기자는 창가 좌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지하철을 다시 타게 된 소감을 물었다.
이 여성은 기운찬 목소리로 “오늘 너무 기쁘다”며 “두 달 넘도록 봉쇄됐다가 이제야 나오게 됐다. 태어나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집에 갇혀서 나갈 수가 없다니 농담도 이런 농담이 없다”고 말했다. 방역 정책을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후 온라인에 공개된 이 인터뷰 영상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각색’됐다. 여성의 발언은 자막으로 처리됐는데 “두 달 만에 봉쇄가 풀려 기쁘다. 다들 오늘을 즐겁게 기념하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광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생중계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의도치 않게 진실을 전달해버리고 말았다”, “오늘 캐스팅 실수로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방송됐다”, “마이크를 숨겼지만 생방송까지 막을 순 없었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신문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운행 재개된 지하철 탑승객 인터뷰를 생중계했다가 비슷한 상황을 만났다.
한 지하철 승객은 “50일째 상하이에 있는데, 관공서에서 아무런 안내문도 보내지 않았다”며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괴로운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자 기자는 마이크를 치우며 “괜찮다.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며 황급히 인터뷰를 끝냈다.
이날 상하이 시민들이 직접 찍어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당국의 대중교통 운행 재개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이동은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랐다. 시내버스가 운행되긴 했지만 차량 내부와 정류장은 텅 빈 경우가 많았다.
시민들은 생필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외출하려면 여전히 허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심 주요 교차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제한됐고, 슈퍼마켓에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졌다.
한 시민은 “많은 사람이 기다리다가 쇼핑을 포기하고 귀가했다”며 “외출 허가증 유효시간을 넘겼다가 외출이 장기간 차단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당국은 이달 말까지 봉쇄 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다음 달부터 전면적인 정상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