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전 효과”, “거액 들인 정치쇼, 첫날 와르르”
“그나마 외신이라 봐준 것…중국인이었다면”
중국계 시민기자, 평론가, 네티즌 반응 쏟아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4일, 현장을 생중계하던 네덜란드 기자가 사복차림의 중국 보안요원에게 끌려나가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공산주의 중국의 인권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진실의 순간’으로 평가됐다.
네덜란드 공영방송(NOS)의 중화권 특파원 쉐르드 덴 다스 기자는 이날 오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장 밖에서 네덜란드 현지 스튜디오와 이원 생중계를 진행했다. 다스 기자 뒤로는 베이징 거리 불빛과 셔틀 버스가 보였다.
스튜디오의 앵커가 “앞으로 개막식에 어떤 프로그램이 펼쳐지느냐”고 묻고, 다스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보도를 대답하며 보도를 이어가려는 순간 검은 사복 차림의 남성이 들이닥쳐 기자를 카메라 화면 밖으로 끌어냈다.
다스 기자는 “잠깐만 기다려달라, 지금 뉴스 보도 중이다”라고 말했지만, 붉은 완장을 찬 남성은 중국어로 소리치면서 조금도 주저없이 기자를 끌어당겼다. 다스 기자는 황당한 상황에 쓴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카메라를 향해 “쫓겨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앵커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베이징 현지 상황을 좀더 지켜보다가 반응이 없자 중계를 중단했고, 다스 기자는 몇 분 뒤에야 카메라 앞에 복귀해 방송을 이어갈 수 있었다.
NOS는 이후 트위터에 해당 장면을 찍은 짧은 영상과 함께 “우리 기자들이 생방송 중 카메라 밖으로 쫓겨났다. 이런 불행한 상황은 중국 언론인들에는 일상이 됐다”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 영상은 해외 SNS에 빠르게 확산되며 “최고의 동계 올림픽 홍보”라는 비아냥섞인 반응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국제적 망신”, “붉은 완장이 순식간에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됐다”, “중국 언론 자유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중국 공산당은 언제든 언론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중국계 반체제 작가인 성쉐는 “중국의 인권실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백마디 말보다 이 한 편의 영상이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고 밝혔다.
성쉐는 “중국 공산당은 이번 올림픽을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마무리하고 싶었겠지만, 개막 첫날부터 사건사고가 터졌다. 앞으로 펼쳐질 장면들은 전 세계인 앞에서 공산 전체주의가 어떠한 폭정 체제인지 낱낱이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붉은 완장을 찬 남성 같은 행동이 오히려 계속 나와줘야 한다. 사람들이 똑똑히 보고 판단할 수있도록”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국계 시민기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은 이번 올림픽 개최로 인권이 존중되며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 이미지를 위장하려 했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정치쇼가 이 하나의 사건으로 한방에 망가지고 말았다. 진실의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억누르고 감췄던 것들이 손쓸 틈도 없이 난폭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산당은 올림픽을 일종의 ‘상’이라고 생각해겠지만, 실제로는 국제사회 앞에서 받는 ‘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 요원이 그나마 외신 기자라고 얌전하게 행동한 것”이라며 “만약 중국인이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붉은 완장을 찬 남성은 단순히 임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산주의 시스템에서 말단 실행 요원들은 상부의 지시에 무(無)지성적으로 그대로 따른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이상향이 실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일이 벌어지면 세계 전체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공중공)이 어떤 전제집권 폭정 체제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세상은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그래서 정말 최고의 홍보광고”라고 말했다.
공산당 보안요원이나 경찰이 올림픽 기간에 취재진의 보도를 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4년 전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당시, 중국 공산당 대표는 올림픽 기간에 강제노동수용소를 취재할 수 있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중국에 오는 기자들은 어떤 것이든 취재할 자유가 있다”고 답했다.
공산당 대표는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인권현실이 개선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제 그 약속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찍어낸 부도수표임이 입증됐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기자권익단체인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는 지난달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 당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취재진의 자유로운 중국 보도를 차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홍콩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CPJ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에도 공산당 당국의 언론 보도 방해가 기록됐으며 여기에는 기자에 대한 공격까지 포함됐다.
14년이 지났지만 언론 통제는 개선된 것이 없어 보인다. CPJ는 지난 2020년 상반기에만 18명의 외신기자가 베이징에서 추방됐으며, 작년에도 외신 기자들이 베이징 올림픽 준비상황을 보도하는 데 당국의 방해로 어려움이 컸다고 전했다. 올해 올림픽 성화가 도착했을 때도 외신기자들은 현장에 입장이 거부됐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중국 공산당의 인권박해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번 주에는 인권단체들이 미국 전역의 중국 공산당 외교공관 앞에서 ‘보이콧 베이징 2022’가 행사를 열고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규탄했다.
/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