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겐 인생 최대 중대사의 하나이자, 사회엔 사회의 기초단위 ‘가정’을 이루는 행위 – 혼인.
이렇게 중요한 일인 만큼, 지혜로웠던 우리 조상들은 그냥 마구잡이로 혼인하지 않았다.
당시로써는 가장 고도의 우주과학 이론이었던 음양오행설에 따라 신랑과 신부의 적합성을 검측했으니 바로 궁합이다.
과학은 늘 옛 이론을 뒤엎으며 발전했다. 오늘날에는 결혼정보회사의 맞춤 시스템이 음양오행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마저 곧 새로운 솔루션에 자리를 내줘야 할 지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유전자(DNA) 정보로 궁합을 보는 결혼정보업체가 등장해 현지 언론에 소개됐다.
‘DNA 솔루션즈 뱅크’라는 일본기업은 작년 8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결혼상대를 찾아주는 ‘DNA 컴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남녀 가입자의 DNA를 분석해 ‘적합한’ 짝끼리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업체가 개최하는 대규모 남녀 맞선 행사의 진행방식이다. 참석자들에게 가면을 씌워 자신과 적합도가 70% 이상인 상대자와 짝지어 앉도록 했다.
참석자들은 상대방의 나이·직업·수입을 모르는 채로 DNA를 분석한 자료만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다. 가면은 쓴 탓에 서로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 행사를 현장취재한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았다”며 신기해했다고 전해지지만, 그 이유가 DNA 적합도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새로운 서비스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DNA 분석으로 최적의 결혼상대를 찾아준다는 ‘DNA 남녀 매칭 서비스’는 약 20년 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지난 2000년 국내에서도 한 결혼정보회사가 DNA 리서치 업체와 제휴를 맺고 ‘신청자 DNA를 분석해 최적의 이성을 찾아준다’는 홍보문구를 내건 바 있다. 관련기사
해당 업체는 의뢰자가 모근이 붙은 머리카락 3~5가닥이나 면봉을 이용해 채취한 구강내 상피세포를 샘플로 보내면 성격·체질·지능·비만·치매 등 과 관련된 DNA를 검색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년간 유전자 관련 과학지식과 기술이 축적되면서 과거의 업체와 오늘날 업체의 서비스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유전과 양육(환경)은 둘다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로 드러나고 있다. DNA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관련기사
DNA 조사 자체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정확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적인 대중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DNA 샘플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 있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세상은 돌고 돈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과학이 내일 뒤집히고, 어제의 낡은 이론이 나중에 재조망을 받기도 한다.
언젠가 음양오행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등장할지 모른다. 과학은 늘 새로운 상상에서 시작되곤 했다.